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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맛집 아사다라에서
오 년 전 친구 넷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나를 찾아서'라는 거창한 포부보다 선망하는 카미노를 우리도 한번 걸어보려고 했다.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거쳐 땅끝 대서양 바닷가 피스테라까지 갔다. 내친걸음에 포르투갈과 모로코 사하라 사막까지 여행했다. 늘그막에 성취한 두 달간 배낭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이듬해 K가 추억을 잃어버리지 말자며 첫발을 내디딘 날에 맞추어 매년 기념 식사를 하자고 제안해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다. 네 명이 수성못 인근의 한우 명품 업소 에 모였다. 비탈에 넓게 자리를 잡아서인지 아사다라는 고조선 수도 아사달에서 따온 넓은 터, 언덕을 표현한 상호라고 한다. K가 식육코너에서 한우 갈빗살을 사 들고 예약한 룸으로 왔다. 1인당..
2024.04.07 -
길선의 점심 특선은 회덮밥
은 세월 먹은 횟집이다. 월급쟁이 할 때도 다녔으니 아마 이십여 년은 훨씬 넘었을 것 같다. 반 양옥 주택의 담장을 헐고 영업장으로 개조해 좌식 테이블을 비치해 장사했는데 -저녁에는 가보지 않았으나- 점심 손님이 상당수였다. 그때도 회덮밥, 회 초밥, 물회가 정평이 나 있었다. 특히 얼음 그릇에 담아 나오는 여름철 물회 맛은 오싹함 그 자체였다. 손님이 많을 때는 좁은 현관에 벗어놓은 신발이 뒤죽박죽되곤 했었다. 구두를 반짝반짝 닦았을 때는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십여 년 전 직장을 은퇴하고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지인들과 우연히 점심 먹으러 갔다. 장소는 그때와 같았으나 옛집은 사라지고 새뜻한 이층 하얀집으로 새로 지었다. 주차 공간도 넓혔다. 일 층에는 넓은 주방과 여남은 입식 테이블을 갖춘 홀이고 ..
2024.04.06 -
대구 수목원에서
점심을 먹고 에 갔다. 평일이어서 한산한 느낌을 받았다. 봄이 왔건만 나목들은 아직 썰렁한 겨울 티를 벗지 못했다. 그런데도 직원들이 봄단장하려고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빗질하고 화단 점검에 손길이 부지런하다. 수목원에 올 때마다 기적 하나를 느끼게 된다. 20~30년 전, 변두리였던 이곳은 대구시 생활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쓰레기가 18m 높이로 쌓여 악취가 진동하고 먼지가 비산해 시민들이 기피하는 장소였다. 그러던 중 1996년 지하철 건설 공사를 계기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공사장에서 나오는 잔토를 활용해 6~7m 복토한 후 그 위에 수목이 자랄 수 있도록 다시 조경토를 2~3m 복토해 2002년 전국 최초로 쓰레기 매립장을 수목원으로 조성했다. 식물의 자연환경 보전과 시민의 정서 함양은 물론 지역 발..
2024.04.05 -
성화축산 한우 국밥
친구가 국밥 맛집을 안다기에 세 명이 모여 차를 타고 갔다. 경산시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부근의 이었다. 왕복 6차선 대로 한 곁, 언덕배기의 우뚝한 건물이었다. 상호가 큼직하게 세워져 있지 않다면 지나치기 십상이겠다. 식당 건물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주차장이 네 곳 조성돼 있었다. 4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에 들어갔다. 점심 대목 시간이 조금 지났건만(13:20) 입구에 대기하는 손님이 많았다. 키오스크로 예약하니 대기 순서가 12번째다. 기다리는 동안 건물을 대충 살피니 1층에는 한우 쇠고기 판매장과 빽다방 데스크가 있고, 2층이 식당 홀, 3층은 벤치가 있는 옥상이었다. 별관은 빽다방 음료를 마시거나 대기하는 라운지였다. 성화축산은 한우를 직접 구매해 식당에서 구워 먹는 전문점이었다. 고기를 굽지 ..
2024.04.04 -
한가한 어느 봄날
잦은 비와 꽃샘추위로 감기에 걸렸는데 컨디션이 회복돼 남천에 나갔다. 욱수천에서 남천 합류점을 거쳐 상류 쪽 백천동까지 걸었다. 하늘이 땅이 냇물이 다 봄이었다. 포장길이 끝나는 백천동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난 풀밭에 앉아 구부정한 은빛 냇물을 바라보며 물멍하는 데 집사람이 퐁당퐁당 돌을 던진다. 돌아가자는 신호인 갑다. (2024.3.31.) 봄날엔 다 꽃입니다 꽃도 꽃이고, 참새들도 꽃이고, 사람도 꽃입니다 벚꽃 흐드러진 공원의 벤치 반가사유상 그윽한 꽃 피어 있습니다 신발이 낡았습니다 먼 길 걸어온 꽃입니다 - 풍경을 찍다, 문창갑 시인 -
2024.04.03 -
술 낚시와 좌쌈우주
1.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로 감투를 얻은 이야기는 유명하다. 연암은 집이 가난해 좋아하는 술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손님이 와야 아내는 겨우 두 잔의 탁주를 내놓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럴듯한 풍채의 인물만 보면 가짜 손님으로 끌어다가 술 마시는 미끼로 삼았다. 하루는 자기 집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마침 사인교를 타고 지나는 분이 있었다. 연암은 무작정 길을 가로막으며 가벼운 음성으로 말했다. '영감, 누추한 집이나마 잠시 들렀다 가십시오. 저의 집이 바로 여기올시다.' '나는 지금 입직(入直)하는 길이라 틈이 없소.' '흥! 임금을 모시는 분이라 도도하군. 담배나 한 대 피우고 가라는데, 그렇게 비싸게 굴 것까진 없잖소.' 연암은 도리어 호령 조로 말했다. 사인교를 탄 분은 李 승지였다...
2024.04.02 -
달성공원 소풍을 하고
Y 교수님을 따라 여러 선생님과 함께 달성 공원 소풍을 했다. 수운 최재우 동상과 관풍루, 토성, 이상화 시비, 석주 이상용 구국 기념비, 왕산 허위 선생 순국 기념비, 흔적도 없는 만경루와 일제강점기 때의 신사(神社), 어린이 헌장비, 달성서씨 유허비, 서침나무, 대한광복회 설립 장소, 나사백(가이스카향나무) 등 현장에서 그것에 얽힌 교수님의 설명을 경청했다. 몰랐던 이야기와 꼭 알아야 할 사항, 답사 시 알아두면 좋을 말씀까지 들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소풍이라기보다 세미 답사 같았다. 당초 두 시간 계획했던 소풍이 토성 마을까지 둘러보면서 네 시간 넘게 걸렸다. 그동안 건성건성 다녔던 수많은 나들이가 살짝 아쉬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는 뜻깊은 기회이었다. 소풍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2024.04.01 -
올해 해님 맞이
새벽에 눈을 떴다. 어둠이 짙게 쌓인 창밖을 바라보다 양치만 하고 차를 몰고 집을 나왔다. 정초에 궂은 날씨로 맞이 못한 해님을 뵈러 하양경관단지로 갔다. 거리의 자동차들이 무엇엔가 쫓기는 것처럼 어둠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며 달려간다. 대부 잠수교를 건너 차를 댔다. 주차장이 너무 한산했다. 새벽달은 중천에서 멈춘 듯 섰고 어스름 동녘은 한줄기 붉은빛을 잉태했다. 해님을 기다리며 강가를 거니니 오리 가족들이 푸드렁 날아오른다. 단잠을 깨웠나 보다. 신혼부부들도 여기저기서 날아오른다. 미안했다. 날이 밝아지면서 동녘의 붉은 기운이 희꾸룸하게 변했다. 저 뒤 어디쯤 해님은 바쁘게 행차 중이리라. 해님 맞이 어려울까 염려하는데 06:20 노란 이마를 내보이시다가 조금씩 조금씩 돋아나더니 환하게 웃으셨다. ..
2024.03.30 -
교동 생고기에서
음식과 술맛이 제아무리 좋아도 함께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꼬장꼬장한 상사가 주도하는 회식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도 미각을 만족시키려면 소통이 잘되고 취향이 맞는 친구가 좋다. 오랜만에 존경하는 선배 형을 모시고 벗과 셋이 석양배하려고 집에 갔다. 처음 가는 식당이었다. 홀이 길쭉해 한쪽을 조금 높게 만든 2단이었는데 스타일이 괜찮았다. 두셋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고 우리는 단이 높은 쪽의 창가에 앉았다. 정자살창을 보니 식당을 수리한 지 오래되진 않은 거 같았다. 이모에게 생고기 大짜와 참(소주)을 주문했다. 곧바로 밑반찬으로 간처녑과 번데기, 다슬기 등을 내왔다. 오랜만에 보는 것들이었다. 번데기를 몇 개 집어 먹다 다슬기를 쪽쪽 빨았다. 추억을 떠올려 옛이야기를 ..
2024.03.28 -
중화요리 집 옥성루
이른 저녁 시간이었지만, 친구가 에서 만나자고 했다. 옥성루는 도시철도 3호선 수성시장역에서 동쪽으로 사백여 미터 떨어진 스타벅스 대구수성동점 옆 골목 안에 있었다. A와 B가 먼저와 있었다. 홀이 옛날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A가 한국인 중국집으로 맛집으로 소문났다면서 양장피를 주문하면서 이과두주 작은 병도 함께 시켰다. 앉은 좌석 벽에 중국의 관우 액자가 걸려있었다. 관우는 의자에 앉았고 장비와 유비는 서 있다. 관우는 죽은 후 중국인의 神이 됐다. 양장피가 하얀색 대형 접시에 담겨 나왔다. 여러 가지 채소와 해산물을 넣은 요리는 푸짐하고 색깔이 화려했다. 양이 많은데 대·중·소 구별이 없었다(48,000원). 이 큰 것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다. 양장피(兩張皮)는 전분 피(皮) 두 장..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