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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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타케 신부와 성 유스티노 신학교
에밀 타케 신부는 1898년 선교사로 조선에 와서 1952년 선종한 뒤 대구대교구청 성직자 묘지에 잠들었다. 에밀 타케 신부가 심은 왕벚나무를 본 후 1922년부터 선종할 때까지 30년간 재직한 성유스티노 신학교에 갔다. 학교는 지척에 있었다. 지금은 대구가톨릭대학 신학대학 유스티노 캠퍼스였다. 건물 외형은 처음의 'ㅡㄷ' 자형에서 양쪽 날개가 철거되어 'ㅡㅣ' 자형이 됐다. 내부 1층은 성당과 유스티노홀과 옴니아홀, 2층은 드망즈홀과 앗숨홀이었다. 4개 홀은 창고처럼 보였다. 행사용 각종 자재와 종(鍾), 모관, 의류, 그림 등이 전시 보관돼 있었다. 1층 성당은 넓지 않았으나, 대부분 성당의 좌석은 가로로 놓여 있는 데 비해 성유스티노 성당은 중앙 통로를 넓게 틔우고 장의자를 세로로 배치한 점이 특이..
2025.04.03 -
아침 산책길 복사꽃
산책길에 복사꽃이 활짝 피었다. 살구꽃의 미는 요부형(妖婦型)이고 복사꽃은 염부형(艶婦型)이라고 했다. 홍장을 하고 햇살을 품은 꽃이 눈부셨다. 주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지 않아 가지가 엉킬 정도로 마구 자랐다. 진짜 자연산이었지만, 밭 임자는 수확을 별로 기대하지 않으리라. 나무도 그저 한철 고운 모습 보여주면 제 역할을 다하는 거다.
2025.04.02 -
왕벚나무와 에밀 타케 신부
벚꽃의 계절이다. 꽃이 언제 피려나 기대했더니 -대구에는- 지난주부터 피었다. 오래되지 않은 예전에는 벚꽃이 좋다고 하면, 친일이라고 몰아세운 적이 있었다. 요즘은 전국의 가로수가 벚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고, 축제까지 있으니, 격세감이 든다. 벚꽃(사쿠라)은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다. 일시에 확 피어났다가 동시에 지는 것이 사무라이 정신과 닮았다고 한다. 흩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면 마치 꽃눈이 내리는 듯한 몽환에 빠져들기도 한다. 며칠 전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안에 있는 한 왕벚나무를 보러 갔다. 느티나무처럼 우람하지는 않고 평범하며 키가 컸다. 얼키설키한 가지에 가녀린 하얀 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나무 아래 '왕벚나무 자생지는 한라산이며 이를 발견해 세계에 알린 사람은 에밀 타케 신부'라는 안내판..
2025.03.31 -
불상의 손 갖춤(수인)
불교에서 손 갖춤(수인)은 부처와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고자 했던 맹세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손 모양이다. 형태는 고대 인도에서 의사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한 손놀림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부처와 보살의 손 모양은 불교의 신앙 체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한다. 국립대구박물관에 수인을 소개해 놓은 그림이 있어 사진을 찍어왔다. * 출처: 국립대구박물관
2025.03.30 -
경주 수운 최제우 생가
경주 나들이 길에 동학 교조 수운 최제우 생가에 들렀다. 월, 화요일은 관람 휴무여서 대문이 잠겨 들어가지는 못했다. 담장 넘어 생가를 살펴보고, 입구에 있는 유허비와 숭모비를 보고 돌아왔다. 지난해 7월 용담정과 생가를 탐방한 적이 있긴 하다. 조선 시대의 양반집은 대문, 사랑채, 안채가 거의 일직선으로 복원한 주택들은 어디서 보나 대부분 비슷했다. 생뚱맞지만, 요즘처럼 고층 아파트에 나고 자라는 큰 인물의 생가를 150년 후 복원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살짝 궁금해진다. 수운은 1864.3.10. 대구 장대(관덕당)에서 참형당했다. 생가에서, 41세에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 2017. 5월, 형장이었던 자리(대구 현대백화점 앞 인도)에 순도비가 세워졌다. (2025.3.24.)水雲 ..
2025.03.29 -
돌판 글씨 복원 작업을 보고
문화유산 탐방지에서 노후한 안내(해설)판을 보면 관리청의 무성의를 느끼게 한다. 내 경우는 안내판을 먼저 본다. 글씨가 또렷하면 읽기 좋고 이해도 잘 된다. 훼손됐거나 색이 바래 식별이 곤란하면 읽기 싫다. 해당 문화유산에 관해 상식이 모자란 데다 해설 정보마저 습득하지 못하면, 그것에 관해 충분히 귀중하다는 생각이 와닿지 않거니와, 마음대로 상상하기 쉽다. 며칠 전에 ○○문중 유래비를 읽으려다 회색 돌에 깨알같이 새긴 흰색 글자가 -햇빛까지 눈이 부셔- 가독성이 떨어져 한 줄을 못 읽었다.오늘 대구대교구 성모당(聖母堂)에 갔다가 돌판에 새겨진 글씨를 복원하는 모습을 봤다. 처음 보는 사례로 신선해 보였다. 작업자가 네임펜으로 희미해진 글씨에 한 글자씩 또박또박 까만색을 입혔다. 단순한 일 같았는데 자세..
2025.03.28 -
의성 산불로 고운사 전소
역대 최악의 산불로 25일 오후, 의성 고운사가 전소했다. 다행히 보물로 지정된 성보동산문화유산은 대피 조치해 보존했지만, 보물인 가운루(駕雲樓)와 연수전(延壽殿)을 비롯해 전각이 화마에 대부분 잿더미가 됐다. 천년 고찰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인터뷰 하는 스님이 부덕의 소치로 절을 지키지 못했다며 눈물 흘리는 영상을 보니 비통한 심정이 든다. 예전에 벗들과 조계종 25개 본사를 탐방했다. 2017년 12월 1일 고운사를 다녀온 기억이 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때 찍은 사진을 찾아 화재 현장을 비교해 고운사를 그려본다. (2025.3.26.)* 화재 현장 사진은 박○○ 작가 제공.
2025.03.27 -
경주 백석마을의 산수유 군락지
산수유 군락지가 있는 경주 건천읍 화천3리 백석마을을 다녀왔다. 내비게이션에 나타나는 지명이 애매해 '백석길 16'으로 맞추었다. 마을 도로의 길폭이 좁아 교행이 안 되므로 산수유 구경을 할 겸 마을 입구에 주차했다. 마을 입구부터 곳곳에 산수유가 나타나 눈맛이 좋았다. 마을이 조용하고 정겹다. 당산나무와 고목도 더러 있어 산수유와 더불어 풍경이 예뻤다. 옷을 입지 않은 앙상한 고목이 마치 추상화 같았다. 따스한 봄볕을 즐기면서 골목길을 기웃거리니 폐가가 된 빈집도 보였다. 산수유는 좋은 집, 못난 집을 가리지 않고 미모를 뽐내느라 살랑살랑 가지를 흔들어댔다.마을 어귀에서 도랑을 따라 마을 끝까지 600~700미터를 걷다 보니 새지 저수지(섬바위지)가 나왔다. 파란 물이 그득해 보기만 해도 풍요롭다.거기..
2025.03.26 -
송림사 석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월초에 벗들과 칠곡 송림사에 갔다가 문이 열린 삼전불전을 들여다봤다. 불상이 많아 그러려니 생각했더니, 국가유산청 앱을 보니 불상이 보물로 지정된 것이다. 갤러리에서 다시 사진을 찾아봤다. 송림사에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은 5가지였다. 대웅전과 오층전탑,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석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석조삼장보살좌상 및 목조시왕상 일괄, 사리장엄구 등이다. 이 중에 오층전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는 국립대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석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은 삼천불전에 봉안돼 있다.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왼쪽에 지장보살, 오른쪽에는 관음보살을 안치했다. 삼존좌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작은 삼천불상(像)을 배치했다. 삼천불은 판에 박은 듯 같은 모양에 지장, 관음보살이 반반이었다. 전각의 현판은 특이하게 정면인 동쪽에 삼천..
2025.03.25 -
해인사 원당암 다층석탑 및 석등
* 합천 해인사 원당암 다층석탑 및 석등 - 보물* 국가유산청 해설(요약)해인사의 원당암 안에 있는 다층 석탑은 탑신을 점판암으로 만든 청석탑(靑石塔)으로, 점판암은 벼루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석재이다.땅과 맞닿아 탑의 토대가 되는 바닥돌은 화강암을 이용하여 3단으로 쌓았으며, 그 위에 탑신을 받치는 기단(基壇)과 지붕돌은 점판암으로 구성하였다. 기단은 1단으로 밑면에는 돌아가며 연꽃무늬를 장식하였고, 윗면은 네 모서리에 대리석 돌기둥을 세웠으며, 맨윗돌에는 연꽃무늬를 새겼다. 탑신의 몸돌은 남아있지 않고 지붕돌만 10층이 쌓여 있다. 지붕돌은 경사진 4면이 매우 평평하고 얇으며 밑면엔 낮은 3단의 받침이 새겨져 있고 처마는 네 귀퉁이에 이르러 위로 살짝 들려 올라갔다. 탑의 꼭대기에는 화강암으로 ..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