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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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뷔페 쿠우쿠우 수성못점
점심 먹으러 에 갔다. 프랜차이즈 초밥 뷔페 음식점으로 대구에 가맹점이 여러 곳 있는데 우리는 그 중의 수성못점으로 갔다. 쿠우쿠우(qooqoo)가 무슨 뜻인가 구글 번역기에 확인하니 소말리아어로 '안심하다'라고 번역됐다. 맞는진 몰라도 걱정 말고 실컷 먹으라는 의미로 여겼다. 그런데 소말리어라니 아무래도 이상해 웹을 검색했다. 쿠우(食くう)는 일본어로 '먹다'라는 뜻이었다. 이걸 2번 붙였으니, 우리말로 '많이 먹으라는' 의미쯤 된다고 한다.예약 없이 갔으나 다행히 좌석 여유가 있어 대기하지 않고 바로 자리 안내를 받았다. 종업원은 좌석이 지정됐다는 표식으로 종이 테이블 매트를 얹어주었다. 바는 초밥 전문 뷔페답게 각종 스시와 캘리포니아 롤과 밥을 김에 싸놓고 그 위에 소고기, 베이컨, 오리고기, 젓갈..
2024.04.27 -
풍천장어 맛보기 번개
MS가 번개를 쳤다. 팔공산 순환도로에 이 생겼는데, 가보자는 거였다. 둘은 개인 차로 여섯은 카니발 한 차로 이동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에 대형 유리 건물에 '장어의 힘' 네온사인이 불을 밝혔고 현관 캐노피에도 '풍천장어 직판장' 글자가 선명했다. 식당 이용은 1층 직판장에서 다듬어 놓은 장어를 산 후 1차 결제하고 2층 홀에서 구워 먹는 방식으로 일 인당 사천 원의 상차림비와 식음료비 등을 냈다. 한우 직판 식당과 똑같은 운영이었다. 식당 측에서 초벌구이를 먼저 한 후 한 젓가락이 되도록 잘라 종업원이 좌석에 와서 직접 구워주었다. 기술자답게 타지 않도록 하면서 노르스름하게 잘 구웠다. 장어 살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아주 담백했다. 일품이었다. 소주 한 잔에 장어 한 점씩 집으니 딱 맞..
2024.04.17 -
할매칼국수에서 모임하고
또래 모임에 나가면 모처럼 만났다고 반가운 나머지 혀가 길어진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이는 혼자서 다 말하고, 가깝게 앉은 사람끼리 삼삼오오 대화해 소란스럽기만 하다. 어떤 때는 제 주장만 고집하다가 간혹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이야기가 주제에 집중하지 않고 자주 곁가지로 흐른다. 혈기가 왕성하다거나 모임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고쳐야 할 악습이다. 선후배들과의 모임은 두 달에 한 번씩 한다. 매달 만나다가 몇 년 전부터 격월로 변경했다. 회비는 식사와 명절 선물비로 사용하려고 매달 총장(총무의 높임말)에게 자동이체를 한다. 팔십 년대부터 만났지만 원만하게 운영된다. 서로 건강하고 가끔 얼굴 보고 말벗하자는 바람뿐이다. 온정적으로 모임이 또바기 유지되는 비결은 또래 모임과 달리 말할 때..
2024.04.16 -
주꾸미볶음으로 장도 기원
집사람이 여행 가는데 장도(長途)를 기원하는 의미로 저녁을 샀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데 집사람 왈 "걷기 운동할 겸 주꾸미 먹으러 갑시다"라고 청했다. 값 싸고 맛있는 식당이다. TV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출구 조사 발표를 시청한 후 에 걸어갔다. 저녁때라 대기 손님이 있었다. 호출 번호를 받아 대기하다가 입장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또 기다려야 했다. 좌석에 앉아서, 드나드는 손님과 테이블을 말끔히 치우는 종업원의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모두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여러 명의 종업원이 베트남 사람 같아 보였다. 엑센트가 달랐으나 표정이 선하고 친절했다. 반찬을 담고, 나르는 역할이 구분돼 있었다. 바쁘게 서빙하다 보면 시끄럽게 소리가 날 뻔도 한데 조용조용 주의를 기울인다. 일 처리를 잘하는..
2024.04.12 -
삼짇날의 먹거리
오늘은 양력 4월 11일, 음력 삼월 초사흗날로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 삼짇날이다. 삼월삼질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사라진 속절*이지만, 옛날에는 각종 민속을 행하면서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로 움튼 풀을 밟으며 봄을 즐겼고 각 가정에서는 떡을 해 먹었다. 찹쌀가루를 반죽해 진달래 꽃잎이나 대추를 붙여서 기름에 지져 먹으니 이를 '화전(花煎)'이라고 했으며, 녹두 가루를 반죽해 익혀서 가늘게 썰어 오미자 물에 넣고, 꿀을 타고 잣을 넣어 먹으니, 이것이 ‘화면(花麵)’이었다. 더러는 진달래꽃을 꺾어다가 녹두 가루와 반죽해 만들기도 하며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꿀물로 만들기도 했는데 ‘수면(水麵)’이라고 했다. 흰떡을 해 방울 모양으로 만들어 속에 팥을 넣고, 떡에다 다섯 가지 색깔을 들여 다섯..
2024.04.11 -
오랜만의 찾아간 산꼼파
존경하는 선생님과 에 갔다. 산꼼파는 '산 꼼장어 파티'를 줄인 말로 포항수협 활어 중매인이 운영하는 자연산 횟집이다. 활어 집 특성상 작은 점포가 수수해 보인다. 근 열 달 만에 찾은 산꼼파는 조금 달라졌다. 1인당 세 가지 가격(28, 38, 58)이 두 가지(40, 60)로 줄었다. 산꼼파도 오른 물가를 피해 가지 못한 듯했다. 평소 만석이었던 테이블도 반이 못 차 홀 서빙을 한 명이 했다. 활어처럼 펄떡펄떡 활기차던 예전 분위기가 아니었다. 상차림은 그런대로 충분했다. 개인별 소스와 매생잇국이 나온 후 쓰키다시로 산낙지, 멍게, 생선튀김 등이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후 아귀찜, 대하, 청어구이 등이 시간 차로 나왔다. 주메뉴인 자연산 횟감인 잡어는 평평한 둥근 옥돌 판에 다소곳이 얹혀 나왔다. 홍..
2024.04.09 -
수성못 맛집 아사다라에서
오 년 전 친구 넷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나를 찾아서'라는 거창한 포부보다 선망하는 카미노를 우리도 한번 걸어보려고 했다.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거쳐 땅끝 대서양 바닷가 피스테라까지 갔다. 내친걸음에 포르투갈과 모로코 사하라 사막까지 여행했다. 늘그막에 성취한 두 달간 배낭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이듬해 K가 추억을 잃어버리지 말자며 첫발을 내디딘 날에 맞추어 매년 기념 식사를 하자고 제안해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다. 네 명이 수성못 인근의 한우 명품 업소 에 모였다. 비탈에 넓게 자리를 잡아서인지 아사다라는 고조선 수도 아사달에서 따온 넓은 터, 언덕을 표현한 상호라고 한다. K가 식육코너에서 한우 갈빗살을 사 들고 예약한 룸으로 왔다. 1인당..
2024.04.07 -
길선의 점심 특선은 회덮밥
은 세월 먹은 횟집이다. 월급쟁이 할 때도 다녔으니 아마 이십여 년은 훨씬 넘었을 것 같다. 반 양옥 주택의 담장을 헐고 영업장으로 개조해 좌식 테이블을 비치해 장사했는데 -저녁에는 가보지 않았으나- 점심 손님이 상당수였다. 그때도 회덮밥, 회 초밥, 물회가 정평이 나 있었다. 특히 얼음 그릇에 담아 나오는 여름철 물회 맛은 오싹함 그 자체였다. 손님이 많을 때는 좁은 현관에 벗어놓은 신발이 뒤죽박죽되곤 했었다. 구두를 반짝반짝 닦았을 때는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십여 년 전 직장을 은퇴하고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지인들과 우연히 점심 먹으러 갔다. 장소는 그때와 같았으나 옛집은 사라지고 새뜻한 이층 하얀집으로 새로 지었다. 주차 공간도 넓혔다. 일 층에는 넓은 주방과 여남은 입식 테이블을 갖춘 홀이고 ..
2024.04.06 -
성화축산 한우 국밥
친구가 국밥 맛집을 안다기에 세 명이 모여 차를 타고 갔다. 경산시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부근의 이었다. 왕복 6차선 대로 한 곁, 언덕배기의 우뚝한 건물이었다. 상호가 큼직하게 세워져 있지 않다면 지나치기 십상이겠다. 식당 건물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주차장이 네 곳 조성돼 있었다. 4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에 들어갔다. 점심 대목 시간이 조금 지났건만(13:20) 입구에 대기하는 손님이 많았다. 키오스크로 예약하니 대기 순서가 12번째다. 기다리는 동안 건물을 대충 살피니 1층에는 한우 쇠고기 판매장과 빽다방 데스크가 있고, 2층이 식당 홀, 3층은 벤치가 있는 옥상이었다. 별관은 빽다방 음료를 마시거나 대기하는 라운지였다. 성화축산은 한우를 직접 구매해 식당에서 구워 먹는 전문점이었다. 고기를 굽지 ..
2024.04.04 -
술 낚시와 좌쌈우주
1.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로 감투를 얻은 이야기는 유명하다. 연암은 집이 가난해 좋아하는 술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손님이 와야 아내는 겨우 두 잔의 탁주를 내놓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럴듯한 풍채의 인물만 보면 가짜 손님으로 끌어다가 술 마시는 미끼로 삼았다. 하루는 자기 집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마침 사인교를 타고 지나는 분이 있었다. 연암은 무작정 길을 가로막으며 가벼운 음성으로 말했다. '영감, 누추한 집이나마 잠시 들렀다 가십시오. 저의 집이 바로 여기올시다.' '나는 지금 입직(入直)하는 길이라 틈이 없소.' '흥! 임금을 모시는 분이라 도도하군. 담배나 한 대 피우고 가라는데, 그렇게 비싸게 굴 것까진 없잖소.' 연암은 도리어 호령 조로 말했다. 사인교를 탄 분은 李 승지였다...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