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농장(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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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의 잡동사니 정리
호야 부부와 청도 농장에서 일손 돕기 했다. 남정네는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최 여사가 고구마 순 자르기를 했다. 순 자르기 시기가 늦었다며 장마가 온다고 서둘렀다. 고구마도 순 자르기를 해야 알이 굵어진다니 최 여사 손길이 바로 비료다. 얼마 전, 축대를 쌓으면서 굴삭기로 고구마밭 옆 울퉁불퉁한 땅을 평평하게 골랐다. 그곳으로 사과밭에 둔 목제 팔레트*와 고무호스, 파이프 등 어쩌면 이제 잡동사니가 된 도구들을 옮겼다. 고춧대까지 자리를 옮기니 땀에 흠뻑 젖는다. 블루베리 농장을 넘긴 후 도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노동의 끝이 없다. 농촌에 젊은이가 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겠다. 일을 마치자 호야가 흐르는 땀을 씻느라 등목했다. 최 여사가 남편 등에 차가운 지하수를 끼얹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2023.06.26 -
축대 쌓기 일손 돕기
지난 폭우에 친구 농장의 비탈면에 토사가 덮쳐 도랑이 막히고 집수정까지 피해를 볼 뻔했다. 곧 여름 장마가 시작한다는 기상 예보에 걱정이 된 친구가 일손을 도와 달라고 했다. '보강토' 옹벽 작업이었다. 보강토는 1m에 380kg이나 되는 중량급 시멘트 블록이다. 그것으로 장마에 까딱없을 축대를 쌓으려는 거다. 포클레인 전문 기사를 불러 경사진 비탈면의 흙을 치우고 땅을 고른 후 16m 길이로 보강토 32개를 2단으로 쌓았다. 안쪽에는 물이 잘 빠지도록 자갈 15톤을 채워 넣었다. 흙으로 마감하려다 아무래도 2단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한 단을 더 올리기로 하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단순한 일 같았는데 온종일 걸렸다. 덤프트럭과 보강토 실은 트럭이 4번 다녀갔지만, 오늘 일은 굴착기가 거의 다했다. 흙을 파..
2023.06.15 -
보약 먹는 복숭아나무
청도 농장에서 점심을 먹은 후 조경용 팻말 오십여 개에 야생화 이름을 적어 땅에 꽂았다. 팻말이 모자랐다. 인산이 몇 그루씩 심거나 씨를 뿌려 자란 야생화다. 씨를 뿌려 놓은 것까지 자라면 꽃동산이 되겠다. 꽃 이름은 외워도 시간이 지나면 잊기 쉬운 데 기억에 도움 될 것 같다. 화단이 환해졌다. 해거름에는 복숭아나무에 거름을 주었다. 삼 년 전에 심은 묘목 70여 그루가 얼추 자랐다. 지난해 봄에 쇠똥 퇴비 두 차를 사 뿌린 후 여름에 약간의 결실을 보았다. 그때는 알이 작았지만 품종이 '신비'이어선지 맛이 신비했다. 며칠 전 적과*하여 올해는 알이 굵어질 것이다. 한약을 짜고 난 찌꺼기가 식물 생장 거름으로 적합하다고 해 한의원에서 보약 달인 찌꺼기를 얻어왔다. 한 그루에 비닐 포대 하나씩 뿌렸다. ..
2023.05.22 -
표고 종균 작업
일찍이 선배들로부터 '일능이표삼송'이라 들어왔다. 식용 버섯으로는 1등이 능이버섯, 2등이 표고버섯, 3등은 송이버섯이라는 것이다. 미식가는 송이를 최고로 치지만, 농장 재배가 어렵다. 재배가 가능한 표고버섯은 키워본 경험이 있어, 오늘 친구 농장에서 표고 종균 작업을 했다. 지난 겨울철에 미리 준비한 참나무 원목에 접종할 성형 종균 3판을 샀다. 표고 전용 드릴 날로 참나무에 구멍을 뚫었다. 원목 굵기에 따라 10cm 간격으로 한 줄에 아홉 개 내지 열 개의 구멍을 냈다. 이어서 구멍에 종균을 접종했다. 접종이래야 사 온 성형판의 종균(담배 필터 정도 크기)을 하나씩 뽑아 구멍에 끼우고 빠지지 않게 꾹 눌러주는 것이었다. 준비한 원목이 많았나 보다. 작업하다 보니 종균이 모자랐다. 눈대중으로 파악하니 ..
2023.03.27 -
양봉의 추억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에서 꿀벌이 사라지거나 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원인은 대체로 응애(진드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일제 조사를 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친구네 농장에서 한때 재미 삼아 벌을 키웠다. 처음 벌통 2개로 시작해 그만둘 때는 10통까지 늘었다. 6~7년 정도 했는데 관리는 주로 농장 친구가, 나는 꿀을 채취할 때 손을 보탰다. 벌통 안에 일벌들이 집을 지어 꿀을 모을 수 있도록 우리는 벌통 안에 소초판*을 여러 개 넣었다. 쪼끄마한 일벌들이 꽃에서 얻어오는 극소량의 꽃꿀이 무거울 정도로 많아지는 것을 직접 보니 실로 경이로웠다. 티끌 모아 태산이었다. 봄에는 아카시아꿀을, 가을엔 잡꿀을 채취했다. 꿀을 수확할 때, 채밀기*에서 꿀이 빠져나오는 광경을 보면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수확..
2023.02.24 -
잡목 제거 작업
며칠 전 친구 농장의 02 굴삭기 엔진이 노후해 교체했다. 엔진이 낡으면 매연으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정부 지원을 받아 통째 바꾸었다. 시운전하니 소음이 뚜렷하게 줄었고 기능도 부드러워졌다. 굴삭기는 몇 년 전 농장 개간할 때 산 중고였다. 성능을 점검할 겸 농장 개간할 때 비탈에 버려진 잡목을 걷어냈다. 그동안에 잔가지는 뭉개지고 부스러져 있었다. 썩거나 잔 것들은 굴삭기 바가지로 눌러 비탈면을 보강했다. 쓸만한 잡목은 동네 화목보일러 땔감으로 제공하려고 골라냈다. 버려진 기간 동안 뿌리가 물고 있던 흙이 돌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무게를 가볍게 하려고 털어내는데 쉽지 않았다. 흙은 나무뿌리의 모태다. 떨어지지 않고 단단히 엉겨 붙은 흙에서 모정이 떠올랐다. 골라낸 잡목은 앞으로 적당한 크..
2023.02.14 -
채소밭 비닐하우스
농장 가는 길은 가창 댐을 지나 헐티재를 넘는다. 이 도로는 사철 아름답다. 봄은 벚꽃 터널을 이루고 여름이면 우거진 녹음 속에 매미 소리가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한다. 가을에는 곱게 물드는 단풍과 길가로 몰리는 낙엽이 운치를 높인다. 운전하면 그 정경에 매료되어 걷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가을 미학의 길이기도 하다. 지난주 뼈대만 세운 채소밭 비닐하우스 작업을 오늘도 했건만 매조지 하진 못했다. 거의 마무리 상태지만 입구 쪽 비닐을 치지 않았고, 출입문도 달지 못했다. 점심 먹으러 화양읍까지 나가 식사하느라 가고 오고, 대기하는 시간이 꽤 길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농장 안주인은 비닐을 치면 바람이 통하지 않아 배추가 맛이 없어지니, 심어 놓은 배추를 뽑고 난 후 작업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바깥주인인 친..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