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원당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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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암에 다녀오다
부모님 영가를 원당암에 모신 지 몇 해됐다. 망모의 뜻이었지만, 아직 마음이 울울하다. 산에는 며칠 전 눈이 많이 왔나 보다. 길가에 눈이 제법 쌓였다. 원당암 오르막이 은근히 걱정됐는데 도로가 깨끗이 제설 됐다. 장년의 봉사자들이 방문객 불편이 없도록 불방망이를 들고 주차 안내를 했다. 눈도 치우고 했을 텐데 다들 차례는 모셨을지 모르겠다. 음덕 양보(陰德陽報)하시라.너른 영당 방에 유족들이 꽉 들어찼다. 늦게 온 분들은 섰다. 눈 때문에 밖에 좌석을 놓지 못하기도 했지만, 근년 들어와 훌쩍 는 것이다. 장, 제례 시류가 급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영가를 외는 스님은 숨도 차지 않는지 낭독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리드미컬하다. 부족한 나 대신 법력으로 영가의 명복을 빌어주시니 오직 은혜롭다. 공허한..
2025.01.30 -
원당암을 다녀와서
부모님 영가를 모신 원당암에 다녀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사모의 정이 무디어지고 의무감이 앞서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 망모의 뜻이었지만, 허전하다. 세월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세월 따라 마음도 덧없이 변하겠지….돌아오는 길에 해인사를 들렀다. 원당암이 현재는 해인사의 산내 암자가 됐지만, 신라 왕실의 원찰로 해인사보다 일찍 창건됐다. 해인사를 지을 때는 건립 본부 역할을 했다. 아우 격인 해인사가 청출어람이다. 언제든 현재가 제일 중요한 거다. 일주문> 봉황문> 구광루> 대적광전을 돌아봤다. 가족이 예불하는 동안 밖에서 서성댔다.
2024.09.17 -
원당암에 다녀오다
정오가 지나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을 갔다. 부모님이 그리울 땐 바람부는 듯 다녀온다. 영당에 참배하고 어머니가 좋아하신 108계단 정자에 섰다. 절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구름 한점 없는 쾌청한 하늘 아래 가야산 상왕봉이 작은 언덕처럼 보인다. 원당암에서는 내 마음은 쓸쓸하고 허전하다. 위안도 없다. 부모님 살아생전 다하지 못한 회한에 눈시울만 붉히고 돌아왔다. (2023.12.3.)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김소월의 시, 부모)
2023.12.05 -
원당암에서
어머니 별세하신 날, 원당암에 참배하고 108계단 정자에 올랐다. 아침 안개가 내쉬는 한숨조차 삼켜버린다. 해가 갈수록, 나이 들수록 회한에 잠긴다. 불효한 마음을 숨길 수 없자 여동생이 "어머니 서운해하십니다. 그리운 마음인 거지요"라는 위로의 말에 눈시울을 붉힌다. 세월이 흘러도 시건이 어머니 발끝에도 못 미치니 아득한 심정이다.
2023.05.30 -
원당암 다녀오다
어제 SBS '돌싱포맨' 프로에 효와 불효에 관해 짤막한 토크가 있었다. 스님과 신부님의 대답이 '불효와 효는 자식의 선택이 아니다, 부모님 생각이 곧 답'이라고 말했다. 지당한 말씀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나는 부모님께 자식 된 도리를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늘 '오냐, 잘했다.'라고만 하셨다. 내가 평생 엉터리 보고만 했다. 채점을 바로 하셨는지 여쭈려고 원당암에 다녀왔다.
2023.05.03 -
계묘년 설날 해인사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설날 아침에, 김종길(1926~2017)- 계묘년 설날이 밝았다. 김종길 교수님의 '설날 아침에'를 읽었다. 새해를..
202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