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원당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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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암에 다녀오다
정오가 지나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을 갔다. 부모님이 그리울 땐 바람부는 듯 다녀온다. 영당에 참배하고 어머니가 좋아하신 108계단 정자에 섰다. 절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구름 한점 없는 쾌청한 하늘 아래 가야산 상왕봉이 작은 언덕처럼 보인다. 원당암에서는 내 마음은 쓸쓸하고 허전하다. 위안도 없다. 부모님 살아생전 다하지 못한 회한에 눈시울만 붉히고 돌아왔다. (2023.12.3.)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김소월의 시, 부모)
2023.12.05 -
원당암에서
어머니 별세하신 날, 원당암에 참배하고 108계단 정자에 올랐다. 아침 안개가 내쉬는 한숨조차 삼켜버린다. 해가 갈수록, 나이 들수록 회한에 잠긴다. 불효한 마음을 숨길 수 없자 여동생이 "어머니 서운해하십니다. 그리운 마음인 거지요"라는 위로의 말에 눈시울을 붉힌다. 세월이 흘러도 시건이 어머니 발끝에도 못 미치니 아득한 심정이다.
2023.05.30 -
원당암 다녀오다
어제 SBS '돌싱포맨' 프로에 효와 불효에 관해 짤막한 토크가 있었다. 스님과 신부님의 대답이 '불효와 효는 자식의 선택이 아니다, 부모님 생각이 곧 답'이라고 말했다. 지당한 말씀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나는 부모님께 자식 된 도리를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늘 '오냐, 잘했다.'라고만 하셨다. 내가 평생 엉터리 보고만 했다. 채점을 바로 하셨는지 여쭈려고 원당암에 다녀왔다.
2023.05.03 -
계묘년 설날 해인사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설날 아침에, 김종길(1926~2017)- 계묘년 설날이 밝았다. 김종길 교수님의 '설날 아침에'를 읽었다. 새해를..
202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