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42 꽃범의꼬리를 보고 남매지 동쪽 끝부분쯤 정원이 아름다운 주택 하나가 있다. 산책하는 사람도 볼 수 있도록 옹벽에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남매지 가까이 살 때는 더러 들렀는데, 이사해 근년에는 가보지 못했다. 오늘은 아이들과 오랜만에 나왔다가, 정원에 들어갔다. 정원에는 외국에서 들여왔을 거대한 종유석과 기괴한 바윗덩이, 나무들, 손길로 다듬어진 화분 등이 어지러운 듯 놓였다. 이렇게 많은 식물과 장식들을 돌보려면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주인의 정성이 대단하시다. 이 중에 처음 보는 예쁜 분홍색 꽃이 눈길을 사로잡았다.이름이 무엇일지 찾아보니 꽃범의꼬리다. 꽃대에 꽃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줄지어 피어나는 모습이 마치 호랑이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무서운 호랑이가 '꽃 범'이라니 익살스러운 민속 호랑이.. 2026. 10. 6. 황매화를 보고 무열대 인근에 용무가 있어 버스를 타고 갔다. 내리는 정류장이 처음 들어 보는 '느지마을'이었다. 삼십여 분 여유가 있어 마을까지 걸어가 봤다. 큰길에서 작은 길을 거쳐 어둑한 터널을 두 개 지나 느지마을이었다. 느지마을은 만촌동 일대의 옛 지명으로, 다른 마을에 비해 농사일이 늦다고 해서 '느지(늦이) 마을'로 불렀고, 이는 현재의 만촌(늦을 晩, 마을 村)동 이름이 됐다고 한다.느지마을 표지판 아래, 노란 꽃이 듬성듬성 피었다. 다섯 꽃잎 중 한두 잎 떨어진 것이 많아, 끝물인 것 같았다. 이름을 찾아보니 였다. 매화는 봄에 졌는데, 가을에 황매화라니 뜻밖이었다. 황매화는 학명이 -일본을 나타내는- Kerria japonica이지만, 중국이 원산지로 생김새는 매화를 닮았고, 줄기가 가늘어 곧게 서지 .. 2026. 10. 4.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에 다녀오면서 해인사도 들렀다. 흐린 날씨 탓에 아침에는 가야산 정상이 보이지 않다가 햇살이 올라오니 안개와 구름이 서서히 물러났다. 가야산 이름은 고대 인도 부다가야 근처 가야산에서 따왔다고 한다. 범어 가야(gaya)는 소를 의미한다고 해서 정상을 우두봉(1,430m)이라 했는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상왕봉이라 했지만, 상왕도 부처님을 가리키는 말이니 불교와 연관 지은 산 이름이다. 절 이름 해인은 화엄경의 해인삼매에서 나온 말이라고 들었다. 생전 어머니 뜻에 따라 원당암에 부모님 영가를 의탁한 일로 가야산 해인사와 각별한 인연을 지은 셈이다. 비록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등산 다니면서 들렸던 때와 달리 성심을 가지고 보고 듣고 새긴다. (2026.9.25.)합천 해인사 홍하문(보물). 해인사 일.. 2026. 10. 3. 합천 농산정 합천 농산정(경남 문화유산자료)* 지정(등록)일: 1990. 01. 16.* 소재지: 경남 합천군 가야면 구원리 산 1* 국가유산청 해설신라말 학자이며 문장가인 최치원(857∼?)이 지은 정자로, 은거 생활을 하던 당시에 글을 읽거나 바둑을 두며 휴식처로 삼았던 곳이다.최치원은 신라의 유교학자들 중에서 대표적인 인물이다. 당나라로 유학가서 과거에 급제한 후, 중국에서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토황소격문」이라는 글을 써서 이름을 날렸다. 귀국 후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관직을 떠나 가야산에 은거하면서 여생을 보냈다.건물을 세운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1922년 해체해서 원래대로 다시 지은 것을 1936년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건물의 규모는 앞면과 옆면이 모두 2.. 2026. 10. 2. 경산 남매공원 오랜만에 남매지 산책을 했다. 바람 쐬러 나온 가족들이 제법 보였고, 노인네들이 둘러앉아 장기를 두고, 자전거를 타거나 맨발 걷기 하는 사람 등 추석 연휴 끝의 한가로움과 평안함이 묻어나는 정경이었다. 오래전, 경산에 처음 이사 왔을 즈음, 남매지 공원화 사업을 막 시작했다. 그 당시 한 해를, 눈비가 오더라도 꼬박 첫새벽에 남매지를 찾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못은 화려하고 세련 됐다. 횅했던 순박한 정경에 화장을 하였으니 그럴 수밖에. 그때보다 못한 것은 수면이다. 못의 생명은 맑은 물이다. 당시는 사람들이 윈드서핑까지 하곤 했는데, 지금은 수생식물로 아름답기는커녕 오물처럼 뒤덮어 꿈도 못 꾸겠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게 제일이다.관리가 감당이 안 되도록 늘어난 수생식물을 모두 걷어내고, .. 2026. 10. 1. 피라칸타 나무 이마트 경산점 집하장 입구의 한 나무에 빨간 열매가 올망졸망 달려 눈길을 끌었다. 색깔이 선명하고 곱다. 처음 보는 나무여서 무슨 나무일까 찾아봤다. 생소한 이 나무는 이름이 다. 중국 양쯔강 이남이 원산인 상록 활엽 관목으로 줄기에 가시가 있고, 오뉴월에 흰 꽃이 피고, 10~12월에 붉은색 열매가 올망졸망하게 열린다. 이듬해 봄까지 열매를 달고 있어 삭막한 겨울에 더욱 아름다운 나무다. 또 열매는 겨울을 나는 배고픈 새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니 착한 나무다. 추위에 강하고 번식이 빨라 전국 어디에서도 잘 자라 관상용, 조경용, 울타리용으로 심는다고 한다.피라칸타는 열매가 불처럼 붉고, 줄기에 가시가 있어서 '불의 가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원산지가 중국이라는데 라틴어 ‘Pyr(불)’+ ‘akantho.. 2026. 9. 30. 월광사지 동·서 삼층 석탑(보물) 합천 월광사지 동·서 삼층 석탑(보물, 옛 129호)합천 월광사지 동ㆍ서 삼층 석탑은 월광사 터에 동서로 위치한 석탑으로서, 서탑은 무너져 있던 것을 최근에 복원한 것이다. 두 탑은 모두 높이가 5.5m이며 2층 받침돌 위에 3층의 몸돌과 지붕돌을 올린 모습이다.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석탑 양식을 따르고 있는 두 석탑은 크기나 양식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조형적인 부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같은 시기에 함께 세워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편 『신증동국여지승람』 권30 합천군 불우조(佛宇條)에 '월광사는 야로현 북쪽 5리에 있는데, 대가야의 태자 월광이 창건하였다고 전한다'라는 전설이 기록되어 있다.탑 아래의 받침 부분인 기단부는 규모에 비해 많은 돌을 사용하였다. 기단은 아래위층 모두 각 면의 모서리와.. 2026. 9. 29. 추석 해인사 원당암 사람이 죽으면 혼은 어디로 갈까. 그냥 사라지는 것일까. 천당과 지옥, 둘 중에 하나의 곳으로 간다는 말이 맞을까. 이 나이까지 아직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니 떨떠름하다. 이틀 전 추분에 李○태 회장이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성품이 호방해 평생을 거침없이 살던 분이었다. 조문을 다녀오면서 그의 혼은 어디로 갔을지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 청춘일 때는 주변 상을 당하면 너무나 슬펐는데, 지금은 아쉽지만, 무덤덤해졌다. 해인사 원당암에서 부모님의 서방정토 왕생을 기원했다. 만년 위패를 봉안하는 영단을 만든 사람은 혜암 스님이시다. 평생을 참선 수행하셨다. 죽은 자의 업장 소멸을 위해 만든 영단이 오히려 산 사람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영가가 매년 눈에 띄게 늘어나니 시속(時俗)이 빠르게 변하고.. 2026. 9. 28. 경산 팔공산 갓바위 09:30 경산 팔공산 갓바위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 갓바위 행을 탔다. 이 년 반만인데 노선이 변경됐다. 지하철이 하양역까지 연장돼 그곳을 경유하느라 종전보다 운행 시간이 좀 더 걸렸다. 11:29 경산 와촌, 갓바위 주차장 도착.예전에는 버스가 승객을 하차시킨 후 대기하다가 손님을 싣고 갔는데, 오늘은 빈 차로 바로 내려갔다. 아마 혼잡을 줄이려고 몇백 미터 아래에 있는 큰 주차장에서 대기하려는 것으로 짐작됐다. 와촌 버스 주차장은 이제 정류장이 된 셈이다. 갓바위까지는 오르막이다. 삼십여 분 거친 숨을 토해야 한다. 계단 시작점 가까이에서 우회로가 생겼다. 계단 중간에 있는 대중 공양간 개축 공사로 계단 길을 임시 폐쇄하고 산길을 새로 냈다. 893개 계단이 고행길이어서 잘 됐.. 2026. 9. 26. 김천 부항댐 김천 지례 다녀오는 귀갓길에 부항댐에 들렀다. 올여름 가뭄으로 수위가 무척 낮아졌다. 매점에 들러 브라보 콘을 하나씩 사 들고 주변을 걸었다. 가을바람이 시원했으나 방문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소양강댐이 준공된 후 담수를 마친, 70년대 견학 바람이 불었다. 그때 만수 댐을 처음 보고 벅찬 감동을 받았는데, 지금 부항댐은 하늘을 쳐다보며 비 오기를 간절히 바라니 격세감이 느껴졌다.안내판을 읽어보니, 2014년 12월에 준공된 부항댐은 높이 64m, 길이 472m의 콘크리트 표면 차수벽형 석괴댐*이다. 김천 연안의 홍수 피해 경감과 경북 서북부지역 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됐다. 저수량은 5,430만 톤이다. 댐에는 ◇ 물 문화관 ◇ 부항대교(길이 372m, 교폭 21m) ◇ 수변 둘레길(8km 덱 길, 2시.. 2026. 9. 25. 닥풀을 보고 교육청 인근 주택가 골목, 누군가 대문 앞에 화분을 내놓았다. 한두 개도 아닌 여남은 개다. 길가에 작은 화단을 만든 셈이다. 대문 앞에 무단 주차를 방지하려고 내놓은 것 같다. 그나마 보기 흉한 폐타이어가 아니라 다행이다. 화분에 늘씬한 미녀 꽃이 환하게 웃고 있어 발길을 멈추었다. "얘, 너는 누구니?"'닥풀'이었다. 말로는 들어봤지만 실제 보기는 처음이었다. 키다리처럼 키가 큰 데다 줄기가 가늘어 접시만 한 꽃이 다소곳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닥풀은 중국이 원산인 한해살이풀이다. 전통 한지 제조에 긴요한 식물로 뿌리에 점액이 많으므로 닥나무로 한지를 제조할 때 호료(糊料)로 사용한다. 한지를 만들 때, 닥풀 진액을 섞으면 닥나무 섬유가 가라앉지 않도록 방지하여 고르게 섞어주고, 발 위에서 물이 흐르.. 2026. 9. 24. 과꽃 과꽃이 화단을 예쁘게 수놓았다. 정원석 사이 사이에 빈틈없이 꽃을 피워 가을을 빛내 주는 것 같다. 올망졸망한 빨간 꽃이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어릴 적 좁은 골목길 담장 밑을 정겹게 꾸며주었던 이 꽃이 눈에 선하다. 어른들은 이 꽃을 배추 국화로 불렀다. 널찍한 잎이 배춧잎을 닮았다고 했다. 옆집 할매는 배차 국화가 맞다며 우기기도 했었다. 꽃이 국화와 비슷한 과꽃은 한반도와 만주 지방에 자생하는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18세기 무렵 프랑스로 전해져 유럽에서 빨강, 분홍, 자주색, 보라색, 흰색 등 여러 가지 예쁜 색깔의 원예 품종으로 계량돼 지금은 관상용이나 꽃꽂이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개화 시기는 국화보다 조금 빠른 7~9월이다. 과꽃의 '과'는 순우리말로 '국화꽃'을 빨리 발음.. 2026. 9. 23. 이전 1 2 3 4 ··· 1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