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61 파초를 보고 ○○초등학교 현관 좌우에 키가 큰 파초가 각 두 그루씩 서 있다. 나무 아래에는 씨가 떨어져 생겼을 어린 종자가 옹기종기하게 자라나고 있다. 왼쪽 파초 앞에는 목련이 키재기를 하고 있어, 보는 위치에 따라 가려지기도 한다. 오른쪽 파초는 보기 드문 커다란 열매 하나를 달고, 왼쪽 파초는 이제 열매를 맺으려고 옥수수처럼 살포시 얼굴을 내밀었다.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파초(芭蕉)는 여러해살이풀로 겉모습이 바나나와 매우 닮았다.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통일신라시대 이전에 유입됐다. 최치원 선생 글에서 파초의 흔적이 나온다고 한다. 파초는 관상용 화초로 매우 귀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중국의 당나라 초서의 대가 회소 스님이 암자 주변에 일만 그루의 파초를 심고, 그 넓은 잎에 글씨 연습을 해 서예가로 대.. 2026. 10. 27. 스구 식탁 범어점 샤부샤부 뷔페에선 항상 양이 넘쳤고, 샤부샤부는 번거로워, 두 식당은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오늘은 친구와 1인 매장이라는 범어점에서 샤부샤부를 먹었다. 앉은 좌석에서 일어서지 않고 편안하게 먹었다. 자리가 조금 협소한 듯했으나, 막상 먹어보니 딱 맞는 크기였다. 상호가 낯선 은 스탠드바 형식의 식당이었다. 'ㄷ' 자형 스탠드 앞에 의자를 늘어놓고 칸을 지어 1구 빌트인 인덕션을 하나씩 설치해 놓았다. 좌석에서 주문하면, 바텐더 격인 종업원이 음식 재료를 접시에 담아 가져다준다. 인덕션 레인지 불을 올려 직접 끓여 먹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식당 이름을 스구 식탁으로 했나 보다. 일본어 스구(すぐ)가 '곧'을 뜻하니, 시간이나 거리 등의 간격 없이 식탁에서 바로 먹을 수 있음을 의미하겠다. 소고기 상추쌈 샤부샤부.. 2026. 10. 26. 야르, 샤갈 ◇ TBC 방송에서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삼국유사 퀴즈 결선을 시청했다. 화면 중에 응원 학생이 들고 있는 종이 슬로건에 '야르하게 치킨 받아요'라는 글귀를 발견했다. 응원 문구인 모양인데, 야르가 뭐지? ◇ 수목원에 산책하러 갔다가 '아보하'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봤다. 작은 글씨로 '아주 보통의 하루'라고 써 놓아 이해했다. 한가한 시간에 야르 등 신종 용어 몇 가지를 훑어봤다. 우습고, 기발하고, 재밌고, 신기했다. 하지만, 발음하기 쉽지 않은 억지 단어도 있다. 대부분 끼리끼리 사용하는 말 같다. 오늘 세종대왕님이 환생한다면 놀라시겠다.군싹: 군침이 싹 도네.느좋: 느낌 좋다.마상: 마음의 상처.만반잘부: 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무지컬: 뇌지컬도 피지컬도 없다. 생각도 힘도 없다는 의미.밥플릭스: .. 2026. 10. 24. 융깡찌에의 우육탕면과 탄탄면 온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집사람이 저녁에 짬뽕이 먹고 싶다기에 몇 달 전 블로그를 보면서 대만 음식점을 메모해 둔 것이 기억났다. 반월당역에서 중앙통 쪽으로 백여 미터쯤에 있는 에 갔다. 상호가 낯설었다.불을 밝힌 자그마한 식당은 여느 중국집과 조금 달라 보였다. 간판에 태극기와 청천백일만지홍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고, 永康街(영강가) 상호 아래 중국어 발음 '융깡찌에'가 한글로 쓰여 있다. 여백의 한자는 메뉴였다. 모서리 기둥에 낯선 빨간색 사각 명판이 세 개 붙어있었다. 2024~2026년 3년간 획득한 미쉐린 셀렉트 인증 마크였다. 스타나 빕 구르망은 아니지만, 맛과 품질로 선정된 공식 명판이다. 알고 보니 부산 광안리 본점에서 낸 대구 직영점이었다. 미쉐린 하면 대단한 시설을 갖춰야 하는 줄 .. 2026. 10. 23. 손기정 기증 청동 투구(보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청동 투구를 만났다. 현장 설명서를 읽고 그의 업적에 감동했다. (2026.8.28.)* 그리스, 기원전 6세기, 청동 * 1994년 손기정 기증, 보물 옛 904호* 기증관을 찾는 많은 관람객들이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투구를 바라보며 선생을 기억합니다. 선생이 망국의 설움을 딛고 힘차게 내달려 이룩한 올림픽 마라톤 우승의 순간을 떠올립니다. 당시 부상으로 받지 못한 투구는 50년만에 선생의 품으로 돌아왔고 다시 선생의 뜻에 따라 국민의 품에 안겼습니다. 이 모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선생이 기증한 투구에 들어 있습니다. 투구와 관련된 기억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새로운 기억이 되었습니다.이 청동 투구는 2,600여 년 전 그리스에서 제작되었습니.. 2026. 10. 22. 나무를 보고 수백 년의 연륜을 새기고 우뚝 서 있는 거목을 마주 볼 때, 우리는 아물아물한 옛날을 바로 눈앞에 보게 된다. 고목은 인간의 영욕(榮辱)을 지켜본 역사의 증인일 뿐 아니라, 몸소 풍운과 상설(霜雪)을 겪은 백전노장이기도 하다. 나무는 말이 없지만 고목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는 끝없는 상념이 떠오른다. * 김태길 수필 중에서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득박(得薄)과 불만족을 말하지 아니한다. 이웃 친구의 처지에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2026. 10. 21. 백마강 황포돛배, 고란사, 낙화암 궁남지 인근 '사비향'에서 점심(연잎밥 정식)을 먹고, 구드래 나루터로 향했다. 구드래는 고대어로 대왕을 뜻하기도 하고, 옛날 일본에서 백제를 부르던 명칭인 구다라(큰 나라)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선착장에 줄 선 행렬이 꽤 길었다. 가까이에서 본 강물은 누렇고, 누치가 양어장처럼 우글거렸다. 황포돛배로 불리는 유람선은 한 배에 여든 명을 싣고 오고 갔다. 구드래에서 십여 분 만에 고란사 선착장에 도착했다. 승객들을 내려놓고, 고란사와 낙화암에 다녀온 사람들을 싣고 다시 구드래로 떠났다.뱃삯을 이미 냈지만, 고란사 선착장에서 고란사와 낙화암에 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한다. 경로는 신분증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고란사는 100m쯤 되고, 낙화암은 15분쯤 걸어야 한다. 낙화암으로 먼저 향했다. 빨리 걸으니 .. 2026. 10. 20. 부여 궁남지 동기들과 부부 동반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올해는 부여 궁남지와 백마강 유람선(고란사, 낙화암), 백제문화단지를 구경했다. 모처럼 동기들과 정의(情誼)를 나눌 수 있었고, 날씨까지 좋아 즐거운 하루가 됐다.충남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였던 사비(538년~660년) 시절의 찬란한 문화와 백제 멸망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의 도시다. 오늘 첫 번째 탐방한 궁남지(宮南池)는 설화에 따르면 궁에서 나온 한 여인이 궁남지의 용과 교감해 아이를 낳았다. 서동이었다. 어린 시절을 궁남지 일대에서 보낸 서동은 마[薯]를 팔아 생계를 꾸렸으나, 측량하기 어려운 기량을 지녔다. 서동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경주에 갔다가 진평왕 셋째 딸인 선화공주를 데리고 백제로 돌아와 아내로 맞았다. 그해 신라에서 .. 2026. 10. 19. 도로원표와 도로표지판 거리 기준 도로원표(道路元標)는 노선의 기점, 종점 또는 경과지를 표시하는 표지다. 그 지역의 중심지에 설치하는 도로 교통망의 기준점으로 도로법에 따라 각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시·군에 단 1개씩 설치된다. 대구 경우에는 도시철도 중앙로역 북편 출입구(3, 4번 출구) 앞 교차로 중심부에 있던 것을, 1999년 1월 1일, 지하철 1호선 공사로, 경상감영공원으로 215m 서쪽으로 옮겼다. GPS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도로 원표는 전국 어디서나 일관된 이정표 안내를 가능하게 하고, 교통 인프라의 기준 지표가 되는 중요한 시설물이다.나들이하면 도로표지판을 보고, 거리 기준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알아본다는 것이 귀가하면 늘 잊어버린다. 우연히 '도로원표'를 보게 돼 도로표지판의 거리 기준을 찾아봤다. 거리 .. 2026. 10. 18. VR(가상현실) 체험 친구들과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실 겸 경산 삼성현 공원에 갔다. 어느덧 가을이 깊어져 군데군데 나무들이 불콰한 잎을 매달고 있었다. 오전에 비가 온 탓에 인적은 보이지 않고, 소슬바람만 불어 마음을 썰렁하게 했다. J가 VR(가상현실) 체험실이 있으니 "한번 해볼래?"라고 제안했다. 이미 삼십여 년 전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영화 '백 투 더 퓨처' 가상현실을 체험한 바가 있어, 그때 신났던 경험이 떠올라 단번에 "오케이" 했다.VR 체험실은 현대적 이름에 비해 건물은 조립식으로 구닥다리 같았다. 직원들이 환히 웃으며 환대했다. 일행을 대표해 J가 인적 사항을 기록했다. 가상 체험은 6~7개가 있다면서, 두더지 밟기를 먼저 하고 다음 방으로 오라고 했다. 게임은 어렵지 않았는데, 두더지를 밟으려고 급.. 2026. 10. 17. 순천 낙안읍성 순천 송광사 다녀오면서, 돌아오는 길에 낙안읍성에 들렀다. 낙안읍성은 마을을 둘러싼 성곽 안에 관아, 민가들이 아직 남아 있는 조선시대 고을 모습이라고 한다. 초가집에는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어 살짝 놀랐다. 관광객의 시선뿐만 아니라 생활의 불편한 점이 많을 텐데, 감수하고 아직 살고 있다니, 애향심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지자체에서 주민들에게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읍성이 여러 지역에 남아 있지만, 낙안읍성만큼은 잘 보전된 모습일 것 같다. 입구에 삼일 독립운동 기념탑까지 건립돼 있어 의미를 더했다. 시간 관계상 읍성을 반 바퀴만 돌았다. (2026.10.9.)조선 태조 6년(1397)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낙안 출신의 김빈길 장군이 토성을 쌓은 것이 낙안읍성 시초라 할 수 있다. 이후.. 2026. 10. 16.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 천자암은 송광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가면 한 시간, 차로는 이십여 분 걸린다. 천자암을 찾은 것은 송광사 3대 명물의 하나인 800년 된 향나무, 쌍향수를 만나려 함이다. 조계산 8부 능선쯤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타이어 타는 메케한 냄새가 진동했다. 포장된 산길이었지만, 오르막이 꽤 거칠었나 보다. 목탁이 울리고 스님 염불 소리가 들리는 천자암이 시야에 들어왔다. 높이 쌓인 축대와 범종각, 서쪽으로 터진 풍경이 하늘 아래 보이는 데까지 보였다. 중첩된 산 능선들이 수채화 같아 보였다. 머뭇거리며 눈길을 돌리니 아름드리 향나무 거목이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앞 경치나 뒤 경치가 절경을 이루었다. 낭랑한 염불, 규칙적인 목탁 소리가 오히려 인적 없는 절 마당을 한층 고요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 2026. 10. 15. 이전 1 2 3 4 ··· 1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