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반곡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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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반곡지
친구들과 점심을 먹은 후 반곡지에 갔다. 드라이브 삼아 나선 길은 빗발이 흩날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로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회색 구름이 낮게 드리워 운치까지 있었다. 간간이 흩뿌린 녈비* 때문일까? 공영 주차장에 차들이 여러 대 있었지만, 사람들이 커피숍에 들어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못가에는 언제 지었는지 처음 보는 카페가 생겼다. 유리창 안의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지 않은데 불빛만 찬란하니 더욱 쓸쓸해 보였다. 반곡지는 부평초가 수면의 반을 덮었고, 어미 오리는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데 새끼들이 삼삼오오 활기차게 짝을 지어 노닌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못을 한 바퀴 돌면서 반곡지 사계를 떠올렸다. 봄에는 복사꽃이 만발했고, 여름이면 왕버..
2024.10.30 -
반곡지 개구리밥
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좀 걷다가 점심을 함께 먹잔다. 무료함을 달래주려는 생각이 고마웠다. 친구 차를 타고 반곡지로 갔다. 깜짝 놀랐다. 15,000평 되는 저수지 수면이 온통 개구리밥으로 뒤덮였다. 몇 번 와 봤지만, 초록 천으로 물 위를 완전히 덮은 모습은 처음 본다. 수면에 반영된 왕 버드나무의 아름다운 그림자는 기대할 수 없고, 이백 년 된 고목의 무성함만 시야에 들어온다. 개구리밥을 흔히 부평초라고 한다. 물 위를 떠다니는 작은 모양이 보잘것없어 보여 예로부터 삶이 어려운 사람을 부평초 신세에 비유했다. 오늘 반곡지 부평초는 초록 페인트칠한 듯 촘촘하게 덮여, 이리저리 부유하지 않으니 '인생'에 빗댈 수 없을 것 같다. 놓인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소시민. 반곡지의 빽빽한 개구리밥에서 고목의 반..
2023.05.29 -
경산 반곡지
반곡지는 1903년 만든 농업용 저수지. 못 둑에는 백 년 넘은 왕버들 스무남은 그루가 줄지어 서 있다. 수면에 비치는 반영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다. 인기 드라마 촬영도 여러 번 했다. 겨울 길목에 선 오늘 반곡지는 반영을 보여주지 않았다. 황금빛 단풍 옷도 벗었지만 맑은 하늘과 햇빛, 서늘한 바람과 신선한 공기, 조용한 정취가 너무 좋았다. 한편으로는 적요해 마음이 고요해졌다. 주차 차량이 많았으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 커피숍 안에서 널따란 창 너머로 반곡지 풍광을 즐겼으리라. 저수지는 사계절을 변함없이 품고 있다. 겨울답지 않은 한 줄기 바람이 정적을 깨우고 지나간다. 걸음을 뗀다. 돌아오는 길 내내 반곡지 풍경이 마음속에서 인화된다. 며칠은 거실에 걸어두어야겠다.
202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