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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사 문화해설사 해설 경청
현풍읍에서 고개를 들어 먼 산을 바라봤다. 비슬산이 희끗희끗한 눈발을 머리에 이고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섰다. A가 "산에는 못 가도 유가사라도 들렀다 가자"고 했다. 평일의 산사는 적막강산인 듯 고요했다. 텅 빈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문화해설사의 집이 보였다. 팸플릿을 구하려고 다가가니 해설사님이 일행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반갑게 웃으며 "어디서 오셨느냐"라며 인사를 건넨다. 해설사는 유가사에 관해 설명했다. 불교 조계종 9교구 본사 동화사의 말사로 진흥왕 2년, 827년도에 도성이 창건… (중략) 도성과 관기 두 대사가 서로 그리워하면 보고 싶은 쪽으로 풀들이 일제히 누웠다고 하면서,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풀들이 알아서 신호를 보내주었다나 어쨌다나 전설이나 유래를 재미있게 말씀했다. 설명 중 흥미..
2024.03.11 -
생생정보통에 나온 잔치국수
며칠 전 KBS 2TV의 '생생정보통 오늘의 맛집'(1999회)에 지역 식당이 방영됐다. 점심 특선으로 잔치국수 한 그릇에 돼지불고기 한 접시가 따라 나오는데 육천 원이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정확한 위치와 상호를 확인하니 사는 데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집사람도 잔치국수를 좋아하니 점심 먹으러 가자고 했다. 에 도착하니 입구의 룸에는 먼저 온 손님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지 망설이는데 카운트에서 3-8 대기표를 끊어준다. 기다리면서 사인펜으로 흘려 쓴 숫자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삶는 국수의 여덟 번째 방문 손님'이라는 뜻일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들어오는 손님은 일단 번호표를 받아 웨이팅부터 하고 일정한 인원이 차면 한꺼번에 번호를 불러 좌석에 앉혔다...
2024.03.09 -
현풍 닭 칼국수
국수*를 좋아한다. 누른 국수나 마른국수를 가리지 않는다. 뜨겁거나 차가운 것도 별로 따지지 않는다. 식어서 굳은 누른 국수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도 좋아한다. 밀가루 음식을 특별히 좋아하나 싶다가도 빵은 별로 찾지 않으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국수는 면(麵/麪), 면자(麵子), 탕병(湯餠)이라 불리기도 한다. 닭칼국수 맛있는 집이 현풍에 있다기에 지인들과 점심 먹으러 갔다. 현풍읍 입구 현풍교를 건너 이백 미터쯤 내려가니 가 나왔다. 뒤쪽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오니 SBS 런닝맨(471화) 8명의 멤버 사진을 담은 현수막이 담벼락에 붙어있다. 런닝맨들이 여기 왔었나 보다. 식당은 이 층 건물로, 입구 유리창에 영화배우 김보성 사진과 '전속 모델 김보성'이라는 글자가 뚜렷하다. 전속 모델까지 있다니 희한..
2024.03.08 -
선분의 고등어 솥 밥
오후 1시 반, 은 조용했다. 여남은 좌석이 반은 비어 있었다. 미닫이를 조용히 열고 들어갔다. 잘생긴 바텐더가 문 쪽 자리를 권했다. 을 세 번째 방문해, 드디어 고등어 솥 밥을 주문해 먹었다. 첫 번째는 홀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두 번째는 명란 솥 밥을 먹었다. 먹지 않은 메뉴로는 쇠고기 솥 밥이 남았으나 맛의 궁금증은 들지 않았다. 고등어 솥 밥도 명란 솥 밥과 내용이 비슷했다. 뜨겁게 달군 개인용 무쇠솥에 고슬고슬한 밥을 퍼담고 얇게 썬 파를 토핑한 후 뼈를 발라낸 구운 고등어 한쪽과 약간의 참깨, 버터 한 조각을 올렸다. 비주얼이 특이해 보였다. 고등어를 으깨 간장 소스와 고추냉이를 적당량 섞어 비볐다. 버터 조각은 뜨거운 솥과 따뜻한 밥 사이로 녹아 사라졌다. 밥알이 먹음직하게 반짝거렸다. 고..
2024.03.07 -
잉어빵은 어디부터 먹을까?
지난해 겨울, 아파트 버스정류장 앞에 풀빵*의 일종인 잉어빵 포차가 생겼다. 집에 들어오면서 잉어빵을 샀다. 집사람과 먹으려면 네 개가 적당한데, 세 개에 이천 원이어서 사천 원어치 샀다.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만들어 파는데 팥소와 슈크림 두 가지가 있다. 개인적 취향이지만, 슈크림보다 팥을 즐긴다. 포차가 생긴 후 손자 주려고 처음 샀고, 한 번 사고 나니 오다가다 지나치게 되면 가끔 사게 됐다. 포차에는 사계절 잉어빵 즐기는 방법을 써 붙여 놓았다. ◇넉넉히 주문해 ◇냉동실에 넣고 ◇원할 때마다 에어프라이어로 돌려 먹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한때 유행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과 비슷한데 예쁘게 쓴 손 글씨가 장사 잘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것 같다. 그래선가 장사가 쏠쏠해 보였다. 예전에 ..
2024.03.06 -
화중에서 친구 생일 턱
늘그막에 우정 운운하기에는 머시기 거시기하다. 그저 만나면 반갑고 연락이 없으면 궁금하다. 그럴 때는 통화해도 서로 인사말이 "무소식이 희소식 아닌가?"다. 가벼운 듯싶지만, 이 말은 오래 내려온 고유의 풍습이니 정 깊은 소리이리라. 친구 '五强'의 '번개팅하려니 에서 봅시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해 한동안의 무소식이 깨졌다. 지인들이 더러 가는 은 한국인 중국집이다. 근래 들어 아들까지 일손을 보태는데 솜씨가 좋아 손님이 꽤 많다. 시그니처 메뉴는 전가복인데 인원에 알맞게 대·중·소로 주문할 수 있어 회식용으로 인기 있다. 친구 여덟이 다 모이자, 예약한 전가복 요리가 바로 나왔다. 오강이 말했다. "지난달에 생일이었는데, 늦었지만 신고합니다. 변변찮으나 맛있게 한잔합시다." 축하 박수와 덕담이 이어지..
2024.03.05 -
함흥냉면 맛집 공심옥에서
딸이 집에 와 늦은 점심 먹으러 욱수동에 있는 에 갔다. 함흥냉면 전문 식당으로 공들여 마음 들여 음식을 만드는 집이라는 상호다. 날씨가 좀 쌀쌀해 냉면 말고, 갈비탕과 비빔밥, 소갈비찜을 주문했다. 홀에는 의외로 냉면 먹는 손님이 많이 보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동안 벽에 걸린 홍보판을 읽어봤다. 함흥냉면은 이북 함흥에서는 농마국수*로 '회국수'라고 불렀는데 피난민들에 의해 전해지면서 '함흥냉면'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남한의 식재료(고구마)와 매운맛 식성에 맞추느라 본래의 맛이 달라졌다고 적혀있었다. 공심옥은 1973년 인천 서구 가좌동에서 출발해 대구에 문을 연 지도 오래됐다. 밑반찬으로 깍두기와 백김치가 먼저 나온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내가 주문한 갈비탕은 일반 갈비탕과 다를 바 없어 특..
2024.03.04 -
양산 통도사 매화
매화는 겨우내 추위를 견디며 향기를 품고 있다가 봄이 오면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며 농농한 향기를 내뿜는다. 그래서 선조들은 천하의 진귀한 물건이라 여겨 사군자의 하나로 쳤다. 한창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월 중순쯤 양산 통도사 홍매가 꽃을 피웠다는 뉴스를 봤다. 가보고 싶었지만 차일피일하다가 오늘 다녀왔다. 일주문을 들어서기 전, 아래로 처진 가지에 하얀 꽃을 피운 '능수매화'가 길손을 맞아준다. 아직은 새내기로 탐매객(探梅客)의 눈길이 그리운 모습이다. 잠시 뒤 천왕문을 통과하니 극락보전 옆의 '홍매', '백매'가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자태를 뽐내고 섰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몰려 혼잡하다. 사진 찍기 쉽지 않아 극락전 벽화 반야용선도 앞에 서서 물끄러미 감상하다가 영각 앞으로 이동했다. ..
2024.03.02 -
운문사 솔숲의 하트와 브이
주차장을 벗어나자, 솔숲이 펼쳐졌다. 솔 내음이 싱그럽고 솔바람도 청량하다. 울창한 솔숲 한가운데로 산책로가 아늑하게 이어졌다. 누군가 떨어진 솔가리를 긁어모아 '하트(♡)'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마음씨가 따뜻한 분이리라. 녹음을 머금은 울창한 소나무는 키가 컸다. 검붉은 색깔의 껍질은 장수(將帥)의 철갑을 입은 듯하고 몸통에는 가지나 잎이 없거나 적고, 꼭대기 부근에 우산처럼 가지를 뻗어 바늘 같은 잎을 피웠다. 수려한 자태에 늠름한 기상이 서렸다. 그런데도 밑동에 '브이(V)' 형태의 홈이 거칠게 파인 나무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때 전쟁 물자를 보충하려고 조선총독부가 송진 기름을 채취한 흔적이다. 1943년 한해에만 전국에서 송진을 사천 톤 채취했다. 재생하지 않는 흉한 상처를 안고도 고..
2024.02.29 -
나의 맛집 포스팅
재작년에 세월 놀이로 블로그를 만들었다. 어느날 자고 일어나니 '맛집 분야 크리에이터'가 돼 있었다. 살짝 흥분되면서 기분이 좋았는데 날이 갈수록 짐을 진 듯 마음의 잔물결이 인다. 무료하나마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지내다 보니 맞닥트리는 것이 하루 세 끼 먹거리다. -평생 월급쟁이를 하느라 집에서는 대체로 아침만 먹었다- 늘그막에 삼식이 소리를 들을까 봐 하루 한두 끼 외식하여 긁적거린 덕에 부여받은 영광의 택호다. 백수의 먹거리가 특별하거나 진귀할 수도 없고, 요리가 전공이 아니니 음식의 기본 지식이 없다. 그저 수박 겉핥기식의 만족일 뿐이다. TV에 나오는 식객들의 고상한 기행과 지식이 부럽기만 하다. 몽골에 '현자는 사상을, 착한 자는 세상사를, 속인은 자기가 먹은 것을 화제로 삼는다'는 속담이..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