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8. 09:03ㆍ여행의 추억
카톡에 사진 몇 장이 들어왔다. 로마에서 친구가 찍어 보내온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의 김대건 신부 성상(聖像)이었다. 며칠 전 친구가 부부 동반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 출발 전, 친구의 안전한 여행을 바라기도 했지만, 베드로 대성당에 가면 김대건 신부 조각상을 꼭 보고 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몇 달 전 집사람이 유럽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온 아내에게 김대건 성인상을 봤느냐고 물었더니 보지 못했다고 했다. '○○파크 여행사'도 그렇지, 바티칸에 영예로운 성상이 세워졌는데, 거기까지 관광객을 데려갔으면 당연히 안내해 주어야 마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9.16. 바티칸에서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聖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조각상을 공개했다. 높이 3.7m, 폭 1.8m 조각상은 대성당 오른쪽 외벽의 벽감*에 설치됐다. 건물을 지은 이래 550년간 줄곧 비어있던 자리다. 근처에는 가톨릭 성인 중에도 널리 알려진 프란치스코 성인과 도미니코 성인의 성상이 있다. 벽 안쪽에는 미켈란젤로 피에타상이 있다. 성인상 추진 경위는 로마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혔으며, 교황이 이를 승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성인상을 세운 사람은 우리나라 한진섭(68)* 조각가였다.
김대건 신부(1821~1846)는 마카오에서 신학을 공부해 우리나라 최초로 사제 서품되고 귀국했으나, 단 1년밖에 사목 생활을 하지 못하고 25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1925년 시복되었다가 1984년 시성 됐다.
이 년 전 성지 순례할 때, 제주 용수 성지에서 김대건 신부가 귀국할 때 상해에서 타고 온 '라파엘' 호를 복원한 배에 올랐다. 너무나 작은 배였다. 이런 조각배가 만경창파를 떠돌아 제주에 표착한 것은 기적이었다. 승선한 신부들 용기 또한 기적이라 믿어져 전율과도 같은 감동을 받았다. 바티칸에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세워진 것도 기적일지 모르겠다. (2024.9.27.)
* 벽감: 벽면을 안으로 파서 만든 공간
* 한진섭(韓鎭燮, Han, Jin-Sub) 조각가: 1956년 서울 출생/ 1979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1981년 동 대학원 석사, 1985년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조각과 졸업/ 현재, (사)한국 조각가협회 명예이사장/ 아내인 미술사학자 고종희 교수 외 슬하에 장남 한순규(KAIST 화학과 교수)와 차남 한창규(목원대학교 입 조형학부 교수)를 두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허브천문공원 안에 한진섭 조각공원이 있다.
'여행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간송미술관 개관 기념 전시회, 여세동보 (0) | 2024.10.07 |
---|---|
경산 무학산 불굴사 (0) | 2024.10.06 |
대구 국립신암선열공원 (0) | 2024.09.24 |
경주 용산서원 (0) | 2024.09.18 |
원당암을 다녀와서 (0) | 2024.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