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7. 07:57ㆍ여행의 추억
지난 9월 3일 개관한 대구 간송미술관에 다녀왔다. 개관 첫날 가려다가 한 달이 더 지나갔지만, 설레는 마음은 같았다. 오래전 간송의 삶과 문화재 수집 이야기 <간송 전형필>(이충렬 지음, 김영사, 2010, 408쪽)을 읽고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간송의 손길이 직접 닿았을 작품을 본다는 자체가 감동이었다.
개관 기념 전시 작품은 국보 12점, 보물 30점 등 97점이다. 모두 간송이 혼신의 열정과 막대한 재력으로 수집한 민족문화유산이다. 전시회 명칭인 여세동보(與世同寶)는 '세상 함께 보물 삼아'라는 의미다. 1938년 간송이 조선 최초의 사립박물관을 건립하자 그의 스승 위창 오세창이 보화각(葆華閣; 빛나는 보배를 모아두는 집) 이름을 지었고, 상량식을 끝내고 머릿돌에 글을 새겼다. 여세동보란 끝 문장의 '세상 함께 보배 삼아, 자손 길이 보존하세'의 글귀에서 뽑았다.
관람 시간 한 시간 전 현관에 도착했지만, 나보다 더 빨리 온 사람이 많았다. 꼬리에 섰다. 대기하는 동안 머리가 됐다. 안내원 1이 티켓 데스크로 온라인 예매자를 먼저 들이고 다음으로 65세 이상, 현장 매표자 순으로 안으로 들였다. 티켓은 성인 만 원, 어린이 오천 원이며, 65세 이상은 신분증을 보여주면 무료 발급됐다. 로비에서 티켓을 받아 1층 계단 앞에 줄 서니 관람 10분 전, 안내원 2가 티켓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전시실 입장은 정각 열 시 ◇전시실마다 티켓 체크 ◇사진 촬영 가능하나 플래시 사용 금지 ◇동영상 촬영 금지 등 유의 사항을 전달했다. 1~3전시실은 1층 같은 공간이며 4, 5전시실은 지하 1층에 있었다. 1~3 관람은 혼잡한 동선을 해소하려고 보고 싶은 곳을 먼저 볼 수 있도록 했다.
작품 전시는 1전시실에는 그림과 서책, 2전시실은 신윤복의 미인도, 3전시실은 훈민정음해례본, 4전시실은 서예와 도자, 불교 미술품을 전시했고 5전시실은 영상 전시로 38m 대형 스크린의 움직이는 그림이 실감 났다. 감상은 친밀도가 있거나 화제성 작품에는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돼 한글의 우수성과 위대함을 증명한 것 같아 더욱 특별해 보였다. 단독 전시된 미인도 앞에서는 기념 샷이 꽤 많았다. 모든 작품에는 해설이 적혀 있었다. 어두운 조명으로 잔글씨가 읽기 힘들었으나 도움이 됐다. 전시 작품이 진품이었으나 인천항에서 일본으로 반출 직전 구입한 '괴산 외사리 승탑'과 일본으로 옮겨 가려는 것을 수습해 현 위치에 세워 놓은 '문경 오층 석탑' 두 점 만은 모형이었다. 임시로 옮겨오기에는 곤란한 대형 석조물이라 충분히 이해됐다. 전시품 반이 국보나 보물인데 놀랍지만, 다른 작품도 명작들이었다. 작품 해설문을 읽지 않았다면 훌륭한 작품을 낮은 안목으로 몰라볼 뻔했다.
전시장 외 '간송의 방'에는 간송 전형필(1906~1962) 일대기가 간략히 정리돼 있었다. 막대한 유산으로 안한자적한 부귀영화의 인생을 살지 않았다. 남다른 애국정신, 일본으로 유출되는 문화유산 수집의 비범한 열정, 詩書文畵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어 그가 국보급 인물이었다. 백수를 누려도 모자랄 텐데 안타깝게 급성 신우염으로 56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미술관을 나오면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202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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