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네 대가 추어탕에서

2024. 9. 22. 08:25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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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마치고 달려온 베라노를 만났다. 그는 은퇴 후 재가요양보호사로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신앙심이 돈독한 천주교 신자다. 틈틈이 봉사하면서 요즘은 ○○성당 100년사 편찬 위원장을 맡아 몸과 마음이 바쁘다. 둘은 가끔 만나 반주를 곁들은 식사하면서 안부를 주고받는다. 오늘은 맛없으면 돈 안 받는다 <한씨네 대가 추어탕>에 갔다.

식당은 약전골목의 제일교회 서쪽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늦은 저녁도 아닌데 손님이 없어 썰렁했다. 젊은 종업원이 서먹하게 맞이해 알바를 처음 나온 듯 보였다. 추어탕과 술안주로 추어튀김 대짜를 주문했다. 미꾸라지에 밀가루를 입히는 일이 쉽지 않아 예전에는 튀김 하는 곳이 드물었는데 요즘은 조리 기술이 발전해 취급하지 않는 곳이 드물다. 십여 분 지나 곱게 옷을 입힌 튀김과 참소주가 먼저 나왔다. 튀김은 크기가 작아 한입에 먹기 좋고 양도 적당했다. 바삭한 것이 고소했다. 소주를 몇 잔 하니 추어탕도 바로 나왔다. 걸쭉하고 아주 구수했다. 경상도 식은 국물이 맑은 데 남원에서 먹어본 맛과 비슷했다. 바삭한 튀김과 걸쭉한 국물이 세트가 되니 밥 먹기보다 소주 마시기에 딱 맞았다. 일병씩 마시는 동안 베라노가 '감사(感謝)'도 연습이 필요하다면서 방법을 설명했다. 감사도, 불평도 습관에서 비롯되니 새겨들을 말이었다. 나는 흰뺨검둥오리 새끼를 돌봐 줄 때 미꾸라지 먹인 보양식 효과를 늘어놨다. 한두 달 잘 먹이니 새끼가 어미 덩치만 해 졌다.

미꾸라지는 특히 가을에 영양이 좋고 맛있기 때문에 추어(鰍魚)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민물 인삼이라 하여 안방마님이 밤에 사랑방 서방님에게 강정 음식으로 추어탕을 은밀히 올렸다. 탕은 미꾸라지 넣는 양에 따라 맛이 다르고 끓이고 또 끓여야 깊은 맛이 우러난다. 어머니가 가끔 추어탕을 끓였다.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려 기름을 빼고 해감하여 일차 삶은 후 매매 갈아 뼈와 잔가시를 골라내어 배춧잎과 곱창을 넣어 다시 끓였다. 시원한 국물이 담백하고 곱창 씹힐 때 터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요즘은 곱창 넣은 추어탕을 찾아볼 수 없어서 생각나면 침만 괴인다. 오랜만에 먹은 추어탕 한 그릇이 어머니를 그리게 한다. (2024.9.20.)


대구 중구 약령길 51(수동)
4인용 탁자가 17개쯤 되는 홀
2인용 기본 반찬. 부추, 콩나물, 오징어젓갈, 깍두기, 국수.
추어튀김 大짜(20,000원), 고추튀김이 두 개 들어있다.
추어탕(9,000원). 걸쭉하고 아주 구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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