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숯불닭바베큐에서

2024. 9. 20. 07:48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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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명절이 가까우면 자주 뵙지 못한 옛 직장 선배와 회포酒를 나눈다. 올해는 <시골 숯불닭바베큐>에서 -부득이 세 명은 오지 못하고- 아홉 명이 만났다. 멀리서 바라봐도 반가운 웃음이 묻어나고, 손을 잡으면 따뜻함이 전해지는 사람들이다. 평인사를 나누니 C 선배는 지난해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주변에 심려를 끼치지 않으려고 아무 데도 연락하지 않았다. 건강하게 회복 중이라 천만다행이다. 나이가 드니 기쁜 일은 전하기 쉬우나 슬픈 일은 숨기게 된다. 혹시라도 남에게 부담 주기 싫어서다.

평소에 가끔 다녔던 닭 바비큐 집은 적어도 이십여 년은 넘었다. 요즘 보기 드문 주홍색 줄불이 벽면을 따라 매달려 있고, 조금 어둑한 실내의 통나무 탁자가 예스럽다. 들어올 때 숯불 연기가 실내를 오염 시킬 것만 같아 보였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올드한 식당 분위기가 올드한 우리하고 한몸이 된다. 음식은 닭고기로 소금구이와 양념을 한 바비큐다. 담백하면서 숯불 내음이 엷게 뱄다. 통돼지 바비큐와는 달리 기름기가 없어 육질이 건조한 편이다.
설에만 하더라도 자리는 참석하는 대로 대충 앉았다. 이번에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서 주류, 비주류로 나눴다. 주류는 맥주잔에 참소주를, 비주류는 소주잔에 -미리 준비한- 무알코올 맥주로 채웠다. 반갑고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잔을 부딪쳤다. 암 수술받기 전만 해도 두주불사 주량인 C 선배는 무알코올 소주잔을 들고 "그래도 맥주 냄새 나네" 하며 미소 짓는 모습이 천진해 보였다. 주류파는 맥주잔의 소주가 맑은 물 같아 한 병이 순식간이다. 안주까지 담백해 조심스럽지만, 훈훈한 자리에서 알코올은 오아시스만 같다.

선배, 동료들은 오래전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만났다.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그때와 다름없는 정의를 나눌 수 있으니 행복하다. 추억을 즐기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이라고 한다. 주선은 L ○○○이, 비용은 아직 현역 뛰는 K ○○○이 했다. 두 분이 더욱 고맙다. (2024.9.12.)

대구 달서구 송현로 84-1 (송현동)
소금, 양념 반반 (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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