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5. 07:52ㆍ입맛
동호회에서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는 다금, 많을 多, 밝은 昑. 감은 잡히는데, 작명에 숨은 의미가 있을 듯하다. 건물도 허름하지 않은 현대식 새 집이다. 마치 요정 이름 같은데 칼국숫집이다. 인기 메뉴는 영양 칼국수와 찹쌀 수제비, 코다리찜이다. 그동안 이래저래 스무 번은 갔겠다. 오늘은 추석 쇘다고 수육을 작은 접시에 조금 담아 서비스했다.
우리 자리에서는 파전과 영양 칼국수, -다른 자리는 술을 하지 않았지만- 불로 막거리를 주문해 먹었다. 입이 즐거우면 마음이 푸근하고, 마음이 푸근하면 만사형통한다.
파전은 쪽파에 오징어를 쪼끔 얹어 붙였지만 겉바속촉으로 맛있었다. 연하고 부드러워 부추 같았다. 그 때문에 입맛을 돋우려고 불로 막걸리를 추가한 것이다. 불로 막걸리는 대구의 대표 막걸리다. 왕건이 팔공산 일대에서 견훤과 세 번 싸워 세 번 다 대패했다. 작전상 후퇴할 때 어른들은 모두 피란 가고 아이들만 남아있는 마을을 지나갔다. 그때 지칭한 마을 이름이 불로(不老)였다. 불로 막걸리 공장이 그 부근에 있다. 불로 막걸리는 2023년 제1회 대한민국 막걸리 품평회에서 살균막걸리 분야 금상, 생막걸리 분야 은상을 받았다. 곧 있을 올해 성적도 기대해 본다. 막걸리를 나눠 먹으니 모자라 한 병을 더 추가하니, -상표 도용을 방지하려고 붙인 사진- 탤런트 안재모가 뱅긋이 웃는다. 영양 칼국수는 허기가 져 빨리 나오는 메뉴로 주문했었다. 국물이 걸쭉한 듯 구수한 것이 오늘따라 맛이 더 있었다. 이모에게 뭐 넣었느냐고 살짝 물었다. 다섯 가지가 들어갔는데 들깨, 땅콩, 호두 나머지는 영업 비밀이라며 입을 닫는다. 느지막이 젊은 사장에게도 넌지시 물었더니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참, 답변이 영업 전략이다.
동호회는 추석 뒤끝이라 여느 때보다 반갑고 즐겁게 진행됐다. 회비 만 원을 내고 맛있는 음식을 배 불리 먹었다. 불참한 선생님들이 내일쯤이면 청풍의 소문을 타고 한숨짓겠지. 참, 오늘 참석한 여선생님들 옷차림새가 대부분 검은 색이었는데 맵시 있었다. 올 가을 여성 패션은 아마 검은 색이 유행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02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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