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0. 07:52ㆍ입맛
이십 년 넘은 저녁 모임을 낮에 한다고 카톡이 떴다. 지난달 시골 사는 K가 저녁 모임은 교통편이 안 좋다고 말해 총무가 배려한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저녁 모임을 낮으로 변경한다. 집에서 나오려니 귀차니즘이 발목을 잡고, 야간 운전은 갈수록 조심스럽고, 돌아가는 어둑한 길을 걷다가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렇게 돼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안고 <소암 식당>에 갔다. 그런데 네 명이나 불참했다. 저녁 모임인 줄 예상하고 미리 다른 낮 행사를 잡았기에 겹친 것이다. 참석자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데 주류파들은 친목 도모에 열중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총무 카톡이 또 들어왔다. '모임을 낮과 저녁 윤번제로 한다'는 공지 사항이다. 이제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시류를 따라가는 반늙은이가 됐다.
반월당 네거리 인근에 있는 <소암 식당>은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허름한 실비식당이다. 탕, 찜, 찌개류 등 특별히 별난 메뉴는 없지만, 음식과 밑반찬이 집밥을 닮았다. 그래선지 직장인 점심이나 저녁 모임 밥집으로 인기다. 가성비가 높은 실비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최고여서 우리 모임은 늘 '소암'에서 한다. 오늘은 안줏감으로 땡초부추전과 계란말이 그리고 밑반찬으로 목을 축인 후 갈치찌개로 식사했다. 나는 닭볶음탕도 좋아하는 데, 국자로 들어먹기 때문에 때로는 남은 음식을 포장하기도 한다. 까다롭지 않고 무던한 여사장님의 응대도 친절해, 나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점이다. 남겨놓은 1점은 형식일 뿐이다. (2024.9.9.)
'입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롯백에서 비빔밥을 먹고 (0) | 2024.09.12 |
---|---|
올해 처음 먹은 콩국수 (0) | 2024.09.11 |
벙글벙글 식당의 삼변이동 (0) | 2024.09.07 |
화중에서 사케를 (0) | 2024.09.06 |
동네 중국집 포청천에서 (0) | 2024.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