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백에서 비빔밥을 먹고

2024. 9. 12. 07:55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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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따라 백화점에 갔다가 거기서 점심을 먹었다. 롯데백화점 상인점에서 밥 먹을 곳은 지하 식품점과 7층 식당가 두 곳이었다. 지하는 먹거리가 조금 다양했으나 주위가 어수선해 7층으로 올라갔다. 식당가였지만, 한식과 중식 두 업소뿐이었다. 조촐했다. 입구의 메뉴 사진을 보고 <개정>에 들어갔다. 대기 명단을 적고 한참 기다렸다. 옆집 중식당은 한산했다.

집사람은 전주비빔밥, 나는 전주특육회비빔밥을 주문했다. 식당이 매우 깔끔했다. 밑반찬이 먼저 나왔는데 그것도 깔끔했다. 잔반이 없도록 하는 거겠지만 너무 적었다. 비빔밥이 나왔다. 육회 맛을 즐기려고 나물 밑의 깔린 밥을 반 들어냈다. 그리고 육즙을 밥알에 입히려고 숟가락으로 비비고, 집사람은 젓가락으로 섞었다. 종업원이 지나가다가 "콩나물 국물을 한두 숟갈 넣고, 젓가락으로 비벼야 맛있어요"라고 친절히 말했다. 알려주는 대로 밥을 살살 비벼 천천히 맛있게 먹었다.

비빔밥은 대중음식점의 일품요리도 있지만 주로 집에서 많이 만들어 먹는다. 가끔 드라마에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거하게 퍼먹는 장면이 더러 나왔지만, 밥 먹는 시간이 아까운 수험생과 혼밥 하는 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 나도 집에서 혼자 밥 먹게 되면 비빔밥을 선호한다. 입 넓은 양푼에 전기밥솥의 밥을 퍼, 냉장고의 반찬 이것저것을 조금씩 덜어내 보태고, 찌개나 고추장을 떠서 고루 섞는다. 그런 다음, 양푼을 들고 소파에 앉아 TV를 켜 시청하면서 먹는다. 오목한 숟가락으로 크게 한술 떠서 입안에 넣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맛이다. 씹히는 소리도 과장하자면 오케스트라다. 정신의 자유를 누리는 식사법이 바로 집에서 먹는 비빔밥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하기 싫은 설거지, 양푼 하나와 숟가락 하나뿐이니 참 쉽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2024.9.11.)

롯데백화점 대구 상인점 7층, 개정
2인용 밑반찬
전주비빔밥(13,000원). 겉보기에 예전 같지 않다.
전주특육회비빔밥(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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