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5. 08:04ㆍ입맛
동네마다 인기 끄는 중국집이 한두 군데 있다. 콕 집어 '맛집'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수더분한 맛과 적지 않은 양, 저렴한 짜장면 값, 양껏 퍼먹을 수 있는 셀프 밥, 신속한 배달 등으로 동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포청천>도 그런 집이었다. 좁은 홀의 장식이 홍 빛 금빛 일색이고 고량주 병을 진열해 진짜 중국인이 하는 반점 같다. 물어보지 않았지만, 억양이나 모습이 한국인이다. 배달 신청 멜로디가 연거푸 울리고 홀 손님도 순환이 잘됐다. 세트 메뉴를 하나 주문해 소주병을 땄다.
우리 셋은 같은 동네에서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살았다. 걸핏하면 석양배를 즐기고 했는데, 오래전 내가 이사를 나와 그때만큼 만나지 못한다. 같이 살던 동네에서 함께 소주잔을 잡으니, 마치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음식은 양장피가 먼저 나오고 칠리 새우가 나왔다. 안주로 양이 충분해 식대는 계산할 테니, 추가 음식은 만들지 않도록 말했다. 포청천 사장님이 포청천답게 명판결을 내려준다.
"그라마, 소주 한 병값, 빼 줄게요."
海德이 며칠 전 용지봉 가는 산속에서 촬영했다면서 '암끝검은표범나비'의 귀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오른쪽 암컷의 날개 끝이 검다고 해서 '암끝검은'으로 작명된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왼쪽 수컷과 날개 끝 색상이 다르다.
해덕은 감포의 겨울 바다를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다. 그의 역동적인 사진은 남다르다. 지금은 후원자와 함께 국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함께 소주잔 기울일 기회가 있으려나 염려하니 손사래를 크게 친다.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며 누른 셔터가 만 장의 작품을 낳았다. 그것들이 모여 상서로운 원천이 됐다. 해덕을 보면 오늘의 성과가 막연히 운에 따른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늘그막에도 흥하고 쇠하는 것은 각자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20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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