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글벙글 식당의 삼변이동

2024. 9. 7. 09:15입맛

728x90

카톡 소리에 단체톡을 열어보았다. 오늘 점심을 동인동 <벙글벙글>에서 한다는 유사의 연락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점심 장소가 삼십 대부터 다녔던 식당이라니. 맛있는 찜갈비보다 소리 없이 웃는 장영숙 사장 얼굴이 떠올랐다. 몇 달 만에 가게 돼 갑자기 보고 싶은 생각이 먼저 났다. 장 사장은 그동안 스타 뺨칠 정도로 신문, 방송, 잡지 등에 셀 수 없이 소개됐다. 홀에 붙어 있는 방송 포스터에서도 그 관록이 묻어났다. 찜갈비 골목에서 초기부터 영업했으니 이곳의 터줏대감 격이다.

내가 알기로는 찜갈비는 70~80년에는 값비싼 고급으로 쳤다. 사 먹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대중 음식으로 대구 십미(十味, 열 가지 대표 음식)의 하나로 선정됐다.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으니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마늘과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있지만, 눈에 보이는 만큼은 맵지 않고 은근하다. 매운맛은 별도 주문해야 한다. 대부분 고기는 뼈에 가까울수록 맛있는 부위다. 찜갈비는 갈비에 딱 붙은 고기다. 거기다 기름을 제거하고 양념해 졸였으니, 특유의 맛이 나고 쫄깃쫄깃하다. 고기를 먹은 후 감칠맛 나는 양념장에 밥을 비벼 쌈을 싸 먹으면 밥도둑이라 해도 실언이 아니다. 식성에 따라 볶음밥으로도 먹을 수 있다. 오늘은 특별히 찜갈비의 양이 많았고, 시원한 찌개에도 고기를 듬뿍 넣어 두 냄비가 나와 공깃밥을 남김없이 비웠다. 서비스였지만, 음식에 정이 넘치니 집밥 같은 느낌을 받았다.

벙글벙글 식당을 알고부터, 그동안 변화된 세 가지는 좁은 헌 집을 헐어 넓은 새집을 지었고, 고기 담는 울퉁불퉁 찌그러진 양재기를 알루미늄 그릇으로 바꾸었고, 양귀비 같았던 사장님 얼굴에 주름살이 늘었다. 변함없는 두 가지는 찜갈비의 감칠맛과 훈훈한 인정이 예전 그대로다. 소위 내가 아는 삼변이동(三變二同)이다. 찌그러지고 빛바랜 노란 양은 양푸이가 그립기도 하지만, 세월은 모든 것을 시나브로 변화시킨다. 동인동 찜갈비 골목도 코로나를 정점으로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데 외국인(대만, 중국) 단체 관광객은 늘었다고 한다. 다음의 밥 모임을 <벙글벙글>에서 해야겠다. 정다운 사장님을 또 뵙고 맛있는 찜갈비도 먹을 수 있게. (2024.9.6.)

대구 중구 동덕로36길 9-12 (동인동1가)
찜갈비(1인분 22,000원, 미국산)와 찌개(8,000원, 서비스)
화랑(12,000원, 서비스)


'입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해 처음 먹은 콩국수  (0) 2024.09.11
반월당 소암 식당에서  (0) 2024.09.10
화중에서 사케를  (0) 2024.09.06
동네 중국집 포청천에서  (0) 2024.09.05
경주 홍은식당의 흰 눈 소갈비찜  (0) 202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