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1. 11:52ㆍ입맛
약령시장 부근에서 볼일을 마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무엇을 먹을까 싶다가 근처에 있는 김원일의 장편소설 《마당 깊은 집》의 실제 장소였다는 <종로본가어탕> 집이 생각났다.
연륜이 묻어나는 작은 한옥이다. 좁은 마당 한쪽에 키 큰 모과나무가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종업원에게 혼자 왔다고 하니 대뜸 들어오라고 한다. 한산한 시각이어서 환영받는 것 같았다. 테이블을 안내받아, 어탕수제비를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눈으로 쓱 둘러봤다.
식당은 지난 5월쯤 개업했다. 한옥을 보수하던 4월 하순, 답사차 '마당 깊은 집'을 들렀던 적이 있다. 한옥 목재와 장식이 육칠십 년은 족히 된 것으로 보이는 이 집은, 예전에 김원일 작가가 소설의 배경이 된 '집' 같다고 직접 지목한 바 있다. 소설의 집과 실제 집이 다를 수 있는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변경됐을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어탕수제비가 나왔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수제비가 빡빡하게 담겼다. 넘칠 것 같았다. 깍두기와 가지무침 등 네 가지 반찬이 같이 나왔다. 추가 반찬과 밥은 셀프였다. 어탕은 밥, 칼국수, 수제비, 칼제비 등 메뉴가 있으나 어울림은 수제비를 최고로 친다. 칼제비는 두 명이 넘어야 주문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민물고기를 갈아 김치를 썰어 넣은 어탕은 걸쭉하고 얼큰했다. 물고기 내음이 얼핏 나는 붉은 국물이 뜨거웠으나 낮은 실내 기온으로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수제비는 쫀득한 맛이 났다. 수제비를 찾는 이유일 것 같았다. 밑반찬은 젓가락질도 하지 않은 채 얼큰한 국물까지 마시고 나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종업원이 단술을 한 컵 가져다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한옥이 예쁘다고 말했다.
참고로 1988년 발행한 장편소설 《마당 깊은 집》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주인공 길남이가 고향 진영에서 대구로 이사 와서 장관동의 마당 깊은 집에서 겪는 생활상과 피난민의 삶을 엮은 김원일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1990년 MBC 월화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어탕 식당과 멀지 않은 곳에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문학관도 있어 둘러볼 수 있다. (2024.7.10.)
'입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복자부산할매낙지에서 (0) | 2024.07.14 |
---|---|
성화축산 왕 육회밥 (0) | 2024.07.12 |
대구골목냉면 식당 (0) | 2024.07.06 |
초밥 뷔페 쿠우쿠우 수성못점 (186) | 2024.04.27 |
풍천장어 맛보기 번개 (164) | 2024.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