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9. 13:32ㆍ입맛
존경하는 선생님과 <산꼼파>에 갔다. 산꼼파는 '산 꼼장어 파티'를 줄인 말로 포항수협 활어 중매인이 운영하는 자연산 횟집이다. 활어 집 특성상 작은 점포가 수수해 보인다. 근 열 달 만에 찾은 산꼼파는 조금 달라졌다. 1인당 세 가지 가격(28, 38, 58)이 두 가지(40, 60)로 줄었다. 산꼼파도 오른 물가를 피해 가지 못한 듯했다. 평소 만석이었던 테이블도 반이 못 차 홀 서빙을 한 명이 했다. 활어처럼 펄떡펄떡 활기차던 예전 분위기가 아니었다.
상차림은 그런대로 충분했다. 개인별 소스와 매생잇국이 나온 후 쓰키다시로 산낙지, 멍게, 생선튀김 등이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후 아귀찜, 대하, 청어구이 등이 시간 차로 나왔다. 주메뉴인 자연산 횟감인 잡어는 평평한 둥근 옥돌 판에 다소곳이 얹혀 나왔다. 홍어, 병어, 쥐노래미에는 빨간 깃발이, 이시가리, 농어, 장어에는 파란 깃발을 꽂아 생선 살의 이름을 적었다. 깃발 색깔의 차이는 알 수 없지만 싱싱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리라. 홍어는 삭히지 않은 것이었고, 뼈째 썰기한 이시가리는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맛이 났다. 오래전 많이 먹어본 병어는 추억의 맛이었다. 산뜻하고 깔끔한 참소주로 속을 덮인 후 공깃밥을 추가했더니 바글바글 끓는 생선 곰탕과 한 종지의 내장 젓갈이 따라 나왔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시원했고 젓갈은 간간짭짤하여 입에 딱 맞았다. 술과 안주에 밥까지 먹었으니 홀쭉했던 배가 복어 배처럼 볼록해졌다.
식당을 나왔다. 정담을 계속 이어가려고 어둠이 짙게 내린 밤거리에서 불빛이 환히 비치는 투썸을 향해 선생님과 천천히 걸었다. (20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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