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맛집 아사다라에서

2024. 4. 7. 11:34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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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년 전 친구 넷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나를 찾아서'라는 거창한 포부보다 선망하는 카미노를 우리도 한번 걸어보려고 했다.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거쳐 땅끝 대서양 바닷가 피스테라까지 갔다. 내친걸음에 포르투갈과 모로코 사하라 사막까지 여행했다. 늘그막에 성취한 두 달간 배낭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이듬해 K가 추억을 잃어버리지 말자며 첫발을 내디딘 날에 맞추어 매년 기념 식사를 하자고 제안해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다.

네 명이 수성못 인근의 한우 명품 업소 <아사다라>에 모였다. 비탈에 넓게 자리를 잡아서인지 아사다라는 고조선 수도 아사달에서 따온 넓은 터, 언덕을 표현한 상호라고 한다. K가 식육코너에서 한우 갈빗살을 사 들고 예약한 룸으로 왔다. 1인당 팔천 원 상차림비가 붙지만, 백김치, 장아찌, 무와 할라페뇨 고추절임, 양파 절임, 청포묵 무침, 샐러드 등 깔끔한 밑반찬과 개별 룸을 제공하므로 품격 있게 편안히 식사할 수 있었다. 한우는 투 뿔(1++) 등급의 탁월한 육질로 숯불을 만나니 눈꽃 녹듯 부드러워져 감미로운 맛을 냈다. 구운 고기에 찍어 먹는 '소금 누룩'은 쌀누룩과 정제염이 혼합해 천연 발효된 것이라고 한다. 고기를 먹은 후 나온 냄비 밥은 구수하다는 표현이 부족한 최고의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도 후식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정담을 이어갔다.

누군가 한마디 시작하면 잊혔던 일들이 스멀스멀 되살아났다. 무모하리라 싶었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성공한 여행이었다. 과거를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감춰둔 보물의 장소를 잊어버린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K 덕분에 매년 한 번은 현실을 윤색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 (2024.4.5.)

수성구 용학로 116-12(두산동)
지자체 명품음식점 인증패와 미스 코리아 대구경북의 추천 명품 업소 인증패(빨간색 마름모)가 보여 이채로웠다.
대중 홀은 없고 고품격의 개별 룸뿐이다.
갈빗살과 숯불 화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까르떼누엘라 리오삐꼬 고원지대를 통과하는 일행들.
사하라 사막의 강력한 바람. 낙타를 타고가다 모래 언덕 꼭대기에 올라 터번을 벗어 펼쳐 들었다. 바람은 지나온 자취를 감추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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