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찜과 모리국수

2024. 1. 23. 08:59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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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료들과 <감포 생아구> 집에 갔다. 모친은 시내에서, 아들은 범어네거리에서 같은 업을 하는 식당이다. 모친이 '감포 사진' 작가로 불리는 해덕의 고향 지인이라 한 번씩 방문하는 집이다. 돈벌이할 때는 수육을 자주 즐겼는데 백수가 되고부터 주머니가 헐거워 찜이나 탕하고 가까워졌다.

오늘은 범어동 식당에서 '아구찜과 모리국수', 영혼을 맑게 하는 '참'을 주문했다. 아구찜이 술안주로도 먹을 만했다. 아구는 입이 크고 흉측한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구는 아귀의 경상도 사투리다. 찜은 콩나물을 넣어 끓인 후 양념에 버무려 무쳐냈다. 얼큰하고 쫀득했다. 감포 생아구라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다. 동해에서 아귀가 감포 배에 잡히면 감포 아귀, 포항 배가 잡으면 포항 아귀다. 오래전에 포항 죽도 시장에서 아귀를 손가락으로 한 번 눌러보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었다. 주인이 아귀의 큰 입보다 더 입이 거친 욕쟁이로 유명한 할머니였다.

모리국수는 여러 가지 해물을 넣고 끓이는 데 조리 시간이 길어 1인분 주문은 받지 않는다. 2인분 국수가 큰 그릇에 함께 나와 작은 그릇에 덜어 먹었다. 벌건 국물을 걸쭉하게 끓여 양념이 진하면서 얼큰하고 시원했다. 모리국수는 일제강점기 때 구룡포항에서 일본인 어부를 상대로 만들어진 음식이다. 정체 모를 작명이 일본 말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하나 경상도 사투리인 모디[모두]에서 변형했다는 설도 있으니 나는 사투리 변형이라고 믿고 싶다. 어릴 때 이곳 지방에서 모두라는 뜻으로 '모리'라는 말을 들은 기억도 어렴풋하다. (2024.1.12.)

상록로 6, 2층(범어동)
아귀찜
모리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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