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4. 17:16ㆍ입맛
얼마 전 솥 밥 맛집 <Seonbun(선분)>에 밥 먹으러 갔다가 대기가 많아 돌아선 적이 있었다. 오후에 시내에서 용무가 있어 점심 먹고 갈 겸 일찍 집을 나왔다. '선분'에 도착하니 종업원이 "11:30부터"라면서 "밖에서 대기하면 부르겠다"고 말했다. 찬바람 맞으며 멀거니 맞은편의 대구초등학교를 바라보며 서성거렸다. 영하 십 도의 날씨에 운동장이 텅 비었다. 20대 여성 손님 두 명이 와 함께 웨이팅했다. 십여 분 뒤 입장 시간이 되자 들어오라고 했다. 추운데 안에서 기다려도 될 텐데, 영업 방침이 나처럼 올드한가 보다.
선분은 단층 구조로 좁고 깨끗했다. 홀은 'ㄷ'자 형의 바 테이블로 의자가 열한 개, 종업원은 바텐더처럼 테이블 안쪽에서 서빙했다. 그 뒤가 바로 주방이었다.
테이블에는 물잔과 빈 접시, 수저가 정갈히 놓여 있었다. 점심 메뉴는 쇠고기, 고등어, 명란 솥밥 등 세 종류가 있었는데 명란을 주문했다. 애피타이저로 작은 크로켓 하나와 새우가 들어간 국물이 나왔다. 크로켓은 겉이 바삭하고 속이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국물은 심심했다. 맛을 보는 동안 20대 남성 네 명이 들어와 고등어 솥밥과 명란 솥밥을 주문했다. 일곱 명이 둘러앉으니, 테이블이 꽉 찬 듯 보였다. 나무 케이스의 뜨거운 돌솥의 '명란 솥밥'과 반찬으로 김치, 소스 간장, 고추냉이가 나왔다. 솥 밥에는 구운 명란 두 개, 날계란 노른자, 깨, 잘게 썬 파를 토핑으로 잔뜩 얹었다. 버터도 한 조각 보였다. 사진을 찍는 사이 늦게 온 손님에게도 솥 밥이 서빙됐다. 명란을 으깨어 고슬고슬한 밥을 비벼 한입 먹었다. 맛이 괜찮았다. 소스 간장에 고추냉이를 섞어 토핑해 먹으니 더 맛있었다. 돌솥의 밥이 누르려고 따닥따닥 소리를 냈다. 누룽지가 될까 봐 뒤적여 가며 빨리 먹었다. 식당에 들어가 밥 먹고 나오는 데까지 이십 분 걸렸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 것은 아니나 청춘 전용 식당 같아 눈치가 보여 살짝 부담스러웠다. 디귿 형 테이블이어서 고개 들면 서로의 눈길이 마주칠까도 신경 쓰였다. 고슬고슬한 밥이 비비기 알맞았으나, 돌솥에 그대로 한 밥은 아니고 따로 해 퍼 담았다. 그래서 늦게 주문한 손님도 동시에 나왔던 것 같다. 놋수저의 숟가락 뒷면에 '無形文化財 十四號 傳通○器 李点述'*이라고 새겨진 글자가 닳았지만, 희미하게 보였다. 명품 수저를 제공하는 정성이 남달라 보였다. (2024.1.23.)
* 이점술(1960~) :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4호 징장 이용구의 차남으로 징장(도) 전수 조교. 1975년부터 유기 제작, 생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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