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오리구이 맛집 팔선생

2024. 1. 26. 00:38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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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천로 170-1

A가 눈여겨 본 집이라며 <팔선생>으로 지인들을 불렀다. 입구의 세워진 오리 마스코트가 암시하는 것처럼 지역에서는 드문 메뉴인 베이징 덕(북경오리구이, 75,000원)을 전문으로 하는 중식당이다. <팔선생>은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중국집이다. 그래선지 실내도 중국식의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베이징 덕을 북경에서 맛있게 먹은 추억이 있어 살짝 기대됐다.

1층의 홀, 2층에도 홀이 있다.
북경오리구이. 쌈 싸 먹을 밀전병, 채 선 오이와 파. 양념이 있다.


북경오리구이 한 마리가 접시 두 개에 나누어져 나왔다. 북경에서는 통째로 나와 잘라 먹었는데 여기서는 먹기 편하게 조각으로 썰어져 나왔다. 다른 접시에는 날개와 발, 굽기 전 삶긴 상태의 뼈 부위를 담았다. 곁들이로 채 선 오이와 파, 밀전병(춘빙), 양념이 따라서 왔다. 먹기 전에 이과두주 작은 병을 하나 주문해 날개와 발 부위로 간베이(乾杯) 했다.

발과 날개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하다.


고량주 특유의 누룩 향 내음과 오십육 도의 맑은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가니 입안이 화했다. 각자 날개와 다리를 하나씩 잡았다. 구이 하느라 기름이 몽땅 빠져나가 살이 말랐지만 귀한 음식이라는 느낌에 흥이 났다. 노릇하게 구워진 껍질은 바삭바삭했다. 껍질이 살코기와 쉽게 떨어지기도 했다. 밀전병으로 살코기와 생파, 오이 썬 것을 얹어 양념장을 찍어 상추 쌈 먹듯 싸 먹었다. 네 명이 먹기에 양이 적을 듯싶었으나 전병으로 쌈해 먹으니 포만감으로 모자라지 않았다.


베이징 덕 또는 페킹 덕(북경식 구운 오리)은 중국에서는 베이징 카오야로 부른다. 중국인들은 껍질과 일부 살코기를 먹은 후 남은 고기는 볶거나 튀겨 먹고, 뼈를 푹 고아 국물까지 먹는 국민 음식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오리를 뜻하는 한자, 압(鴨)을 풀이하면 새 [鳥] 중에서 으뜸[甲]이라는 의미가 되니 그들의 오리 사랑을 알 수 있다. 베이징 덕은 1971년 헨리 키신저와 리처드 닉슨이 먹은 후 전 세계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평소 오리탕이나 촉촉하게 익힌 수육을 먹는 맛에 익숙하다 보니 북경오리구이의 살코기가 조금 터벅터벅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리 구이만으로는 2% 부족한 것 같아 양장피를 추가했다. 배가 불렀지만, 짜장면 반 그릇씩도 빼놓지 않았다. 다음에는 B가 내기로 기약하고 자리를 파했다. 먹고 마시는 일도 산길과 같다. 서로 오고 가야 잡초가 자라지 않는다. (2024.1.23.)

양장피. 양이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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