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지정서 받은 '오이쏘이'

2024. 1. 12. 00:30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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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웃 티스토리에서 소개된 맛집을 보고 몇 곳을 메모해 두었다. 마침 스케줄이 없어 집사람과 찾아갔다. 웨이팅 할지 몰라 지하철을 탔다. 조금 혼잡했다. 아줌마들이 손짐을 빈 좌석에 두고 나 몰라라 떠드는 바람에 앉지 못해 난처해하는 승객이 있었다. 몇 년 전 일본 배낭여행을 하면서 지하철을 자주 타고 다녔다. 지하철에서 일본인들의 빼어난 질서 의식과 매너를 보고 무척 놀랐다. 그에 비해 우리의 질서 문화는 나만 빼고, 문화다. 말로는 바르지만, 솔직히 행동은 가물치 콧구멍처럼 깜깜하다.

반월당역을 나와 대구초교 방향으로 걸어갔다. 멀리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한 곳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Seonbun> 식당일 것만 같았다. 맞았다. 실내가 좁다지만, 11:40인데 만원이었다. 대기 번호가 네 개 있었는데 문 앞에 기다리는 사람은 여덟 명 정도였다. 이럴까 보아 예비로 준비한 B플랜. 선분에서 120여 미터 떨어진 대구초교 정문 앞 <오이쏘이>로 갔다.

여느 식당처럼 있어야 할 간판이 없어 눈 부릅뜨고 살피지 않으면 통과한다.  입구에 손 글씨로 조그맣게 오이쏘이를 써 붙여 놓았을 뿐이다. 문 열고 들어가니 좌석이 하나 비어 있었다. 주인장이 앉아도 된다고 말했다. 좁은 가게의 반은 주방이고 반이 홀이었다. 작은 4인 탁자 세 개, 면벽용 혼밥 네 석 정도로 빠듯했다. 메뉴를 살펴봤는데도 바보와 같이 된장찌개 두 개를 주문했다. 옆 좌석을 곁눈질하니 칠리새우 라이스이거나 +된장찌개였다. 찌개 상을 받고 집사람과 함께 눈웃음쳤다. 칠리새우 라이스를 하나 해야 하는데 잘못한 뜻이다. 하지만 해물과 차돌박이 두 된장찌개는 깊은 맛이 우러났다. 맛을 음미하느라 천천히 먹었다. 반찬도 조금씩 담겨 나와 좋았다. 먹는 동안 밖에 여러 명이 대기했다. 찬 바람을 막으려고 종업원이 비닐 자바라를 쳤다. 청춘들 가운데 앉아 어색했지만 얼른 밥상을 한 컷했다. 모두 식사를 조용히 하는 바람에 홀이 좁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작고 허술해 보였지만 진짜 맛집이었다. (2024.1.10.)

대구 중구청의 대표 맛집 지정서. 현재까지 내리 6년을 맛집으로 지정됐다.
해물 된장찌개와 차돌박이 된장찌개. 9가지 반찬은 같다.
오이쏘이의 좌석 메뉴판
대구초등학교 정문 앞. 간판이 없지만 기초자치단체가 공식 지정한 맛집이다. 비닐은 대기 손님을 위한 바람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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