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먹은 구내식당 반주

2024. 1. 15. 00:09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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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모르게 살짝 먹는 반주는 스릴도 있고 맛도 더 좋다. 현역 시절 어느 날 구내식당 점심에 과메기가 나왔다. 평소 영양사와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 그가 소주를 물컵에 따라왔다. 맛이 기가 막혔다. 다른 좌석에서 눈치챌까 고맙다는 소리도 못 하고 은밀히 한 컵 마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반주는 식전이나 식사할 때 한두 잔 마셔 식욕을 돋운다. 이러한 관습은 가정에서 술을 빚기 시작할 때부터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반주의 술은 정해진 종류는 없고 안주는 차려진 반찬으로 충분하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프로에 한 저명 의사가 출연해 '반주 한 잔은 혈관 속의 찌꺼기를 청소하지만, 두 잔째부터는 그 기능이 사라진다'라며 반주는 딱 한잔만 마셔야 한다는 비밀을 공개한 바 있었다. 사족을 달면 웃음도 반주 한잔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많이 웃으라고도 조언했다.

오늘은 백수 되고 처음으로 구내식당 식판을 들어봤다. K 형님 사무실에서다. 오전에 들렀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형님이 구내식당에 가서 먹자고 했다. 스테인리스 식판에 -김치와 양반 김은 빼고- 몇 가지 반찬을 담아 자릴 잡았다. 갑자기 나갔다가 오더니 종이컵과 소주와 캔맥주를 들고 왔다. 종이컵에 소맥을 조용히 따랐다. 한잔만 해야 반주 기능이 작동하는데… 오버했다. 첫 잔이 반주, 두 잔째는 축하주, 셋째 잔은 기약주다. 다 합쳐 K 형의 사랑주였다. (202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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