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0. 00:24ㆍ입맛
그저께 점심때 동료가 짜장면 맛집을 안다기에 갔다. '취팔선' 상호는 일찍이 아는데 번듯한 4층 건물이 낯설었다. 십여 년 전 같은 장소 단층집에 개업한 작은 중식당이었는데 번쩍번쩍한 4층 건물이 들어섰다. 설마 그동안 돈을 이렇게 많이 벌었을까 의아했다. 1층에 주차했다. 식당 입구의 인테리어가 마치 북경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 올라갔다. 통로까지 중식당에 어울리도록 장식했다. 2층 홀은 실내장식이 화려했지만 사치스럽게 보이진 않았다. 내부를 통째로 터 즐비하게 놓인 식탁에 손님들이 가득 찼다. 창가 빈자리에 앉아 즉석 볶음 짜장을 주문했다.
평소 짜장면 먹을 때 아쉬웠던 것은 면을 먹은 후 남는 짜장이었다. 그냥 먹기엔 짜고, 남기면 음식쓰레기가 된다. 손님 식성이야 모두 다르지만, 칼국수 집처럼 공깃밥을 조금 서비스한다면 밥을 비벼 먹을 수 있고 찌꺼기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 날은 남은 짜장이 양도 많았고 맛있어 공깃밥을 하나 추가해 나누어 먹었다.
식대를 계산하면서 직원에게 들으니 “십여 년 전 그 집이 맞다”라면서 “그동안 이름이 좀 알려졌다”라고 했다. 돌아오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십여 년 전 다녔던 작은 음식점이 대형 요리점으로 성장한 성공 신화를 직접 목격했으니 말이다. 성공은 요행이 아니다. 남다른 아이디어와 피땀의 노력으로 일구는 성과물이다. 입안을 감도는 짜장 맛처럼 오후 내내 맛깔스러운 여운이 남았다.
* 취팔선(醉八仙): '8명의 신선들이 음식과 술을 먹고 즐긴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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