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1. 00:31ㆍ입맛
仁山은 아들이 사 왔다는 '마오타이 희연홍'을 구실로 친구 열 명을 화중 반점으로 불렀다. 사실인즉 연말에 얼굴이라도 보자는 거겠다. 그런 뜻을 알면서도 친구들은 능청스럽게 마오타이주(酒)는 이름만 들어봤지, 실제로는 처음 본다며 입을 모았다. 빨간 병을 돌아가며 들어보고 눈도장을 찍었다.
수수, 밀, 맑은 물로만 빚는 구이저우 마오타이주는 팔백 년 역사를 지닌 중국 술로 세계 3대 명주로 꼽힌다. 중국 한족의 특산주로 중국의 빛[中國之光]이라 할 정도로 찬양받는다고 한다. 마오타이주는 매년 1회 주조한다. 음력 5월 5일 단오의 밀과 음력 9월 9일 중양의 수수를 투입하여 아홉 차례 쪄내고, 여덟 차례 발효하고, 일곱 차례 추출한 후 최종 브렌딩을 거쳐 숙성해 상품으로 탄생한다. 그래서 여느 술보다 향이 짙은 모양이다. 마오타이주는 구이저우성 마오타이(貴州茅台)에서 생산하며 희연홍(喜宴红, 붉은 병)과 우아백(优雅白, 흰 병) 두 가지 색상이 나온다.
중국 술에는 청요리가 어울린다. 화중의 시그니처 메뉴 전가복을 주문했다. 여느 중식당보다 송이와 전복이 푸짐했다. 음식이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 송이의 향미가 물씬 풍겼다. 천천히 음미하면 주방장의 솜씨와 넉넉한 인정까지 느껴진다. 우리는 마오타이 술로 입맛을 끌어 올린 후 향토 주 참소주로 끝맺었다. 술은 부드러울수록 성숙하고, 사람은 성숙할수록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그래선가 룸이 몹시 비좁은 데도 분위기는 포근했다. 오롯이 자리를 마련한 仁山과 참석한 지기들 덕분이다.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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