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갈비 맛집, 벙글벙글 식당

2023. 12. 13. 07:31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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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갈비는 대구의 토속음식이다. 찜갈비 식당이 모여 있는 동인동찜갈비 골목 하면 모르는 시민이 없을 정도다. 먹거리가 적었던 학창 시절, 우연히 친척 형을 따라 찜갈비의 환상적인 맛을 한 번 본 후 찜갈비 골목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그 후 달콤한 고기 맛이 뇌리에 잊히지 않았지만 -경제적 이유로- 가지 못하다가 드디어 직장인이 됐을 때 기회가 왔다.

1983년 회사가 찜갈비 골목 인근으로 이전했다. 회식하려고 찾아간 곳이 찜갈비 골목의  '벙글벙글 식당'이었다. 벙글벙글이란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웃는 모양이다. 사업의 덕목 같은 상호에 이끌려 식당에 들어갔다. 그 시절의 찜갈비는 고급 메뉴에 속했다. 그 밑의 메뉴는 찌개였다. 형편이 바쳐주면 모두 찜갈비로, 아니면 찜갈비 이 인분에 찌개로 회식했다. 벙글벙글에 다닌 지 오래 됐다. 그동안 새 건물을 지었고, 울룩불룩한 정겨운 노란 양은 양푸이가 바뀌었고, 양귀비 같았던 장영숙 사장님 주름도 늘었다. 변치 않은 것은 찜갈비 맛과 장 사장님 인정이 그대로다. 벙글벙글의 삼변이동(三變二同)이다.

동인동찜갈비 골목의 벙글벙글은 여느 곳보다 생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에 자주 소개됐다. 어느 공중파 방송의 내용처럼 '마늘 듬뿍, 고춧가루 팍팍' 넣어 만든 매콤하고 쫄깃쫄깃한 찜갈비 맛이 일품이다. 찌개조차도 갈비뼈 안에 든 고기로 만들어 구미를 더 당긴다. 안주로 먹어도 괜찮다. 한우만 사용하다 치솟는 물가로 어쩔 수 없이 미제도 취급하지만, 국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갈비에 붙은 기름을 일일이 제거하는 수고로움과 마늘 듬뿍, 고춧가루 팍팍 효과다. 오늘은 연말을 맞아 형들과 입에 착 들어붙는 변함 없는 그 맛을 음미했다. (2023.12.8.)

동덕로36길 9-12
우리는 미제를 주문해 맛있어 추가했다.
메뉴는 찜갈비와 찌개 두 가지다.
40년 간 변치 않은 찜갈비의 美친 맛과 장 사장님 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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