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 부대찌개에서

2023. 11. 12. 05:33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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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고교 동기들과 1박 2일로 도봉산 산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의정부 부대찌개가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도로변에 부대찌개 전문 식당이 즐비했다. 어느 식당에 들어갈까 기웃거렸는데 모든 식당이 파리 날리듯 한산했지만, 허름한 한 식당만이 앉을 자리 없이 만원이었다. 우리는 일행이 많아 한산한 곳으로 들어가자고 했으나 몇몇 식객들의 강한 주장으로 '오뎅식당'에 들어갔다. 빈자리가 나는 대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들어가 모두 떨어져 먹어야 했다. 서둘러 먹느라 어떤 맛이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유명한 집이라도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현역일 때 회사 앞에 부대찌개 집이 있었다. 소시지와 햄의 기름지고 고소한 맛에 점심때 동료들과 자주 애용했다. 식당의 큰 손님이 되었고 주인과도 꽤 친해져 재료를 넉넉하게 넣어주기도 했는데, 빌딩을 신축하는 바람에 이전하고 말았다. 그 이후 부대찌개 먹을 기회가 드물었다.

우연히 초원 부대찌개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다. 손님이 가득하다. 앉을 자리가 없어 보였는데 주인이 들어오라고 했다. 4인 좌석 열 개에, 다행히 빈 좌석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예약석이었다. 메뉴는 (일반) 부대찌개와 베이컨 부대찌개 두 개뿐으로 베이컨이 이천 원 비싼 일만 천 원이다. 베이컨에 밥(1,000원)과 당면 사리(1,000원)를 추가했다. 오랜만에 먹지만, 예전에 맛나게 먹었던 그대로다. 베이컨까지 들어있으니 오히려 더 맛났다고 해야 옳겠다. 알고 보니 초원 부대찌개가 알려진 맛집이었다. 부대찌개는 한때 꿀꿀이죽이라고 비하 받은 적이 있으나 지금은 한식 메뉴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김치와 소시지, 햄을 합친 글로벌 음식이다. (2023.11.7.)

두류공원로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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