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암골' 육국수를 먹으며
2023. 11. 10. 00:34ㆍ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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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으로 이사 온 친구와 그 친구와 친한 친구에게 날도 추우니 뜨뜻한 점심 먹자고 연락했다. 둘 다 오케이다. 음식이란 게 입맛이 전부 아니다. 소통하려고 먹는 것이지 맛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대구스타디움 앞 유니버시아드로를 따라 경산 방향으로 진행하다 대구 경산 경계쯤에 '성암골'이라는 널찍한 주차장을 갖춘 가마솥 국밥 식당에 갔다. 장작불로 지피는 옛날식 국이다. 기본은 국과 밥, 국에 밥을 말면 국밥, 국수를 말면 육국수다. 우리는 육국수로 통일했다. 국은 국물과 건더기가 합쳐진 음식이다. 국의 참맛은 건더기보다 국물 맛이다. 국물은 시원한 맛이 으뜸이다. 뜨끈뜨끈한 국물에 속이 풀어지면서 몸속에서 뭔가 기분 좋게 차오르는 느낌의 시원함을 즐기려면 밥보다 국수를 말면 낫다.
놋그릇이 넘치도록 육국수가 담겨 나왔다. 초 마늘, 깍두기, 김 가루가 단출하게 곁들였다. 김 가루를 치면 국 맛이 진해진다. 젓가락으로 국수를 길게 들어 국물이 튀지 않도록 천천히 국물과 섞었다. 시원한 국, 부드러운 면과 함께 먹는 분위기가 어울렸다. 마침 창가 좌석이어서 햇볕이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 집 노처녀 다음 달에 시집 보낸다." 나와 또 한 친구가 약속이나 한 듯이 이구동성으로 "야아, 축하한다, 어데서?"
식사는 소통의 훌륭한 도구가 틀림없다. (202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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