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 굴국밥

2023. 11. 14. 05:23입맛

728x90

매주 목요일 점심을 함께 먹는 木食會의 친애하는 이○태 회장. 갑작스러운 신병으로 입·퇴원과 자택 안정 가료로 스무날 만에 만났다. 내년 설까지 금주해야 한다면서 기운 없이 말했지만, 혈색이 좋다. 술병(病)에는 금주가 명약인 거다. 퇴원하고 첫 목식인데 그가 굴국밥이 어떠냐며 '충무 굴뚝배기'로 차를 몰았다.

싱싱한 굴은 맛이 좋으면서 영양이 풍부해 강장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세기적 플레이보이 이탈리아의 카사노바(1725~1798)는 그의 자서전 <회상록>에 일생 122명의 여인과 잠자리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매일 아침 생굴 50개를 먹었다. 로마 황제들도 사랑의 묘약으로 굴을 이용했다. 알파벳의 R자가 없는 달(5, 6, 7, 8월)은 굴을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냉장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굳이 따질 일이 아니다.

여러 메뉴 중에서 매생이 굴국밥과 굴전을 주문했다. 매생이는 겨울에 특히 맛있고 굴과 궁합이 맞다. 굴을 넣어 끓이면 향긋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전남 바닷가 특산물로 조선 시대에는 임금 수라상에 올려진 귀한 식품이다. 굴전이 먼저 나왔다. 노릿하게 구워진 부추전 위에 굴이 커다란 보석처럼 박혔다. 달큰하고 부드럽고 고소했다. 설핏 소주가 생각났지만, 환자를 괴롭히는 일 같아 통영 굴의 풍미만 즐겼다. 곧이어 펄펄 끓는 국밥이 나왔다. 매생이는 실보다 가는 촘촘한 올에 열기가 숨어 있어 입천장을 데지 않으려고 조금씩 먹었다. 굴하면 충무 굴이다. 젖빛의 탱탱한 굴과 밥알을 숟가락으로 가득 펐다. 국물이 뚝배기 안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국물이 남해와 서해의 바닷물처럼 어른거렸다. (2023.11.9.)

학산로 133

 

'입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축협 축산물 프라자  (86) 2023.11.18
돈코츠미소라멘 유감  (86) 2023.11.16
초원 부대찌개에서  (84) 2023.11.12
'성암골' 육국수를 먹으며  (82) 2023.11.10
능이백숙은 이곳 굴뚝에서  (73) 202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