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이백숙은 이곳 굴뚝에서

2023. 11. 9. 07:29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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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에게는 먹는 즐거움이 크다. 주머니 사정이 빤하니 고급 음식은 엄두를 못 내지만 먹을 음식은 천지삐까리고 찾아갈 식당은 많다. 살기 위해 억지로 먹는 음식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좋은 음식도 혼자 먹으면 맛이 없다. 재미도 없다. 친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잖은가. 친구를 화원역까지 오라하고 차를 대기했다. 인근의 굴뚝능이버섯백숙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사문진 나루터에 바람을 쐬러 가려는 거였다.

화원삼거리 먹거리 타운에 있는 굴뚝능이버섯백숙 식당은 손님이 엄청나게 붐볐다. 무슨 난리가 났나 싶은 정도였다. 여러 번 다녔지만, 이런 모습이 처음이었다. 동행한 친구도 퍽 놀란 표정이다. 빈자리가 있을까 싶었으나 며칠 전 예약했기에 복잡한 가운데에도 예약석을 마련해 두었다. 당연했지만 손님이 하도 많으니 신용 있게 느껴졌다. 종업원이 신속하게 밑반찬을 놓아주고, 잠시 뒤 속이 깊은 냄비에 한 번 끓여진 오리백숙이 나왔다. 육수에 오리 한 마리, 능이와 부추가 고명으로 한 움큼씩 올려졌다. 한 번 더 팔팔 끓여서 먹으면 된다.

능이는 향이 매우 독특하다. 뜨끈뜨끈한 시커먼 국물이 속에 들어가면 오장육부가 다 시원해진다. 게다가 능이는 토지, 습도, 온도 등 생장 환경이 까다로워 양식이 없다. 중국 수입이더라도 티베트의 자연에서 채취한 자연산이다. 몸에 좋은 거다. 글뚝능이버섯 집은 내가 알기에는 어느 곳보다 재료를 아끼지 않아 그 맛이 진하고 풍부하다. 백숙을 먼저 먹은 후 먹는 노르스름한 찰진 밥도 일품이다. 능이 국물에 말아도 좋고 고추 다진 양념장에 비벼도 맛이 그만이다. 식당을 나설 때는 몸과 마음이 상쾌했다. 친구가 더 좋아해 기뻤다. (2023.10.29.)

촬영을 깜빡 잊어, 먹다가 찍었다. / 사문진로 425
진짜 맛있는 찰진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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