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13. 08:49ㆍ입맛
퇴근 시간이 가까워서 지인 사무실을 방문했더니, 근처 아나고 맛집이 있다면서 가자고 한다. "소주 한 병도 살게"라는 소리에 두말없이 따라갔다.
식당 앞 전봇대 옆에서 젊은 사내가 간이 연탄아궁이에 초벌구이하고 있었다. 골목에 구수한 냄새가 등천한다. 지인이 출입한 지 이십여 년 된다는 허름한 맛집 상호는 <영대 특미 아나고 곰장어>였다. 내부 시설이 모두 낡았고 유리 문짝도 격이 안 맞아 노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었다. 클래식한 분위기다. 지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환경이 변함없다면서, 조금만 늦었어도 자리가 없을 뻔했겠다고 한다. 테이블이 한산한데 무슨… 이라 여겼는데 그의 말처럼 곧 빈 좌석이 모두 찼다. 맛집은 맞는가 보다.
둘이 갔지만, 주문은 3인분부터 받았다. 밖의 사내가 초벌구이해 양념 묻혀온 아나고 접시를 탁자에 툭 던지듯 놓고 가버린다. 양념이 옷에 튈뻔했다. 사장 아들이라고 지인이 귀띔한다. 초벌구이한 아나고를 연탄불에 직화구이 했다. 석쇠에 올려 양념이 마를 때까지 타지 않도록 살살 뒤집으며 익혔다. 늙수그레한 사장님은 홀을 훑어보고는 고기가 타지 않도록 석쇠를 제때제때 갈아주었다. 손님 많은 이유 중의 하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나고는 육질이 보드랍고, 잘라 놓은 크기도 적당했다. 발라진 양념은 과하지도 적지도 않아 굽기에 적당했다. 이십여 년 기술이 밴 양념이리라. 아나고의 영양과 살짝 매운 양념 맛, 연탄 불맛이 빗어 입안에 들어온 그것은 댄싱 퀸이 되었다. (2023.10.11.)
'입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베기 거리, 할매 칼국수 (10) | 2023.10.19 |
---|---|
맛집, 어탕국수삼계 (15) | 2023.10.15 |
남강 장어의 전복장어탕 (4) | 2023.10.07 |
칠곡휴게소 한미식당 (3) | 2023.10.01 |
시호재와 카페 시차 맛보기 (1) | 2023.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