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곡지 개구리밥
2023. 5. 29. 01:48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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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좀 걷다가 점심을 함께 먹잔다. 무료함을 달래주려는 생각이 고마웠다. 친구 차를 타고 반곡지로 갔다.
깜짝 놀랐다. 15,000평 되는 저수지 수면이 온통 개구리밥으로 뒤덮였다. 몇 번 와 봤지만, 초록 천으로 물 위를 완전히 덮은 모습은 처음 본다. 수면에 반영된 왕 버드나무의 아름다운 그림자는 기대할 수 없고, 이백 년 된 고목의 무성함만 시야에 들어온다.
개구리밥을 흔히 부평초라고 한다. 물 위를 떠다니는 작은 모양이 보잘것없어 보여 예로부터 삶이 어려운 사람을 부평초 신세에 비유했다. 오늘 반곡지 부평초는 초록 페인트칠한 듯 촘촘하게 덮여, 이리저리 부유하지 않으니 '인생'에 빗댈 수 없을 것 같다.
놓인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소시민. 반곡지의 빽빽한 개구리밥에서 고목의 반영보다 인생의 반전을 생각한다. 혹시 모를 일이다. 물이 뿌리가 되어주었을지도. 해석은 남이 아닌 자기가 하는 것. 긍정의 주문을 외워본다. "아브라카다브라*". (2023.5.25. with: 호야)
*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마법사 주문으로 한국어의 수리수리마수리와 같은 말로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뜻.
※ 2022.11월에도 반곡지를 갔으나 아름다운 왕버들의 반영은 보지 못했다.
개구리밥이 사라지면 다시 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