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에 이룬 소망

2023. 5. 28. 00:14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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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는 옛말이 되었다. 59세에 죽은 두보(杜甫)가 살았던 때는 일흔 살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백 세 시대라 칠십은 청춘에 속한다. 백 세는 희망 사항일지라도 대략 여든은 넘기는 추세다. 관습도 전통이라 아직도 칠순을 맞아 축하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조용히 보내는 사람이 는다.

칠순에 세 가지 소망을 이뤘다. 첫째는 지난해 계획한 천주교 성지 순례를 완주했다. 시작할 때는 칠순에 축복장을 신청해 자축의 의미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순례하면서 나의 영성이 매우 부족함을 깨달아 완주하는 것만으로 자족하기로 했다. 지난 사월 그 뜻을 이루어 매우 기쁘다.

둘째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이고 셋째는 장기기증 희망 등록이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세상에 태어나 어렵게 지내느라 사회에 좋은 일 한 번 못했으니 죽어서라도 하자'는 취지로 함께 장기기증 등록을 하기로 했다. 동의 절차로 차일피일 하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올해 다시 문의하니 신청이 간소화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고,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마쳤다.
이제 나의 신체는 남에게 빌린 물건이나 마찬가지다. 온전하게 기증하려면 앞으로 흠 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다. 칠순의 해에 평소 생각한 바를 마무리하니 개운하고 실로 기쁘다. 맑은 하늘만큼 내 마음도 파랗다. 스스로 대견스런 날이다. (2023.5.18.)

스페인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성 야고보 좌상을 껴안고 나오는데 성직자가 나타나 전해준 축복 사진 / 2019.4.20.

 

장기기증 희망 등록 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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