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만두는 추억

2023. 5. 11. 09:54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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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 때 납작만두를 좋아했다. 돼지기름으로 가공한 쇼트닝*을 사용해 철판에서 구워낸 납작만두는 고소하고, 부드럽고 기름졌다. 만두에 간장과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반달 모양의 만두를 반으로 접어 한입에 넣으면 황홀했다.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도 더 먹고 싶은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대구 납작만두는 열 가지 맛 음식(대구십味)* 중 하나다. 얇은 피에 당면 소(素)를 조금만 넣고 빚은 후 물에 한 번 삶아 구워낸다. 무미에 가까운 맛은 구우면서 쇼트닝으로 코팅되고, 식성에 맞게 간장과 고춧가루를 뿌리면 일미로 탈바꿈된다. 요즘은 떡볶이나 쫄면, 무침회와 같이 먹기도 한다.

친구가 저녁을 산다기에 문득 옛 맛이 생각나 납작만두를 먹자고 했다. 예전부터 다녔던 납작만두 맛집인 '미성당'으로 갔다. 몇 해 전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부근으로 이전 하고는, 처음이다. 이사 전 가게에 비해 커지고 깔끔했으나 조명이 더 환하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는 쫄면과 납작만두를, 나는 납작만두만 두 접시 비웠다. 쇼트닝 진한 맛이 느끼하기보다 구수했던 시절 즐겨 먹었던 납작만두는 추억이다. 오늘은 두고두고 맛볼 수 있는 기억 하나 만들었다.

* 쇼트닝(shortening): 상온에서 액체인 기름에 수소를 첨가하여 경화한 것. 튀김, 볶음, 제과제빵 등 기름을 가열하여 사용하는 대부분의 요리에 적합하다. 요리에 쓰이는 지방은 모두 쇼트닝이다.
* 대구십미(味): 댸구 요식업 협회가 지정한 열 가지 맛 음식. 납작만두, 논 메기매운탕, 누른 국수, 따로국밥, 동인동 찜갈비, 막창구이, 무침회, 뭉티기, 복어 불고기, 야끼우동.


납작만두가 조금 커진 것 같아 보였다.
식성에 맞추어 간장과 고춧가루를 첨가
미성당은 현재 3대째 운영하는 듯(점포 내부 벽화) / 명덕로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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