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2. 21:04ㆍ입맛
며칠 전부터 발치하고 치료 받느라 죽을 먹는다. 미리해 둔 저녁 약속에 걱정이 앞섰다. 열흘 전, ㅇ선생님이 함께 식사하자고 바비큐 식당을 예약해 두었다.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선생님 승용차를 타고 가창으로 나갔다. 퇴근 시간이라 차가 밀려도 드라이브 기분이 났다. 한적한 길로 들어가 도로변에 멈췄다. 넓은 부지 한 곁에 '차콜우드' 간판이 보였다. 구글 번역기로 검색하니 '숯불'이라고 나온다. 말 그대로 숯불 바비큐다. 주차하고 십여 미터 꽃길을 걸어 식당에 들어갔다. 실내는 오각형 넓은 창이었다. 바깥 대숲이 한눈에 들어와 눈맛이 시원했다.
선생님이 4인용 '파티 프래터'를 주문했다. 나로서는 생소한 메뉴다. 잠시 대화를 나누는 중 종업원이 요리가 담긴 쟁반을 들고 왔다. “차콜우드 바비큐는 미국 텍사스식”이라고 말하면서 음식 설명을 한다. 쟁반에는 바비큐 한 돼지고기 갈비와 소고기 차돌양지, 돼지고기 목살 그리고 미니 번(빵)과 크림 코우슬로와 상큼 코우슬로, 통감자, 고구마/감자튀김이 담겼다. 갈비가 시꺼멓게 탄 것이 도드라졌다. 표면에 발린 양념들이 육즙과 엉켜 막을 이룬 바크(Bark)인데 풍미를 높인다고 한다. 처음 대하는 요리가 먹음직스럽다.
선생님이 갈비를 썰어, 먹어보라고 권한다. 작은 조각을 입에 넣어보니 녹을 정도로 후부드럽다. 바비큐라면 질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가 없어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질감이 연하다. 소스조차 뒷맛이 감치는 여운이 남아 자꾸만 당겼다. 발치하여 식사를 못할 것이라는 걱정은 착각이었다.
통감자와 튀김도 순하고, 번에 코우슬로 2종과 바비큐를 끼워 넣고 소스를 얹어 먹으니 즉석 햄버거다. 음식이 모자라진 않았으나 셀프바에서 쇠고깃국과 밥을 가져와 나누어 먹으니 집밥 맛이다. 후식은 아메리카노와 캐모마일차를 주문했다.
바비큐 요리는 실버 전용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런 데도 평일이어선지 손님 대부분이 젊은이다. 맞다, 데이트용으로도 알맞다. 무엇보다 가격도 적당하잖은가. 다음에는 더 많은 친구들과 와야겠다. (202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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