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海'에서 석양일배
2023. 3. 26. 17:55ㆍ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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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과 직원인 실장 중 회사를 누가 더 아낄까? 당연히 사장 아닐까. 이런 착상으로 차림표를 만든 식당. 여기서는 '사장님' 메뉴보다 '실장님' 메뉴가 비쌌다. 사장은 자기 것이니 아끼고, 실장은 회사 것이니 팍팍 쓴다는 것을 역설했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씁쓸했다. 회삿돈 2,215억 원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사건 같은 행태들이 이런 사고(思考)를 낳은 것이다.
산지 직거래 신선횟집 '바다海'에 갔다. 메뉴판이 달라졌다. 사장님과 실장님 메뉴의 가격이 같아졌다. 친절한 종업원이 '얼마 전 바꾸었다'라며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주당들 항의 받고 바꾸었을 리야 없을 테고 서비스 차원이라 믿고 싶다. 역설적 차림표가 사라져 서운했으나 우리는 사장 같은 마음으로 주문해 실장처럼 넉넉하게 석양일배(夕陽一杯)를 즐겼다. (2023.3.22. 자현, 중원, 실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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