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데서 정 난다
2023. 3. 3. 10:16ㆍ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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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시장님과 점심을 먹었다. 인원이 열다섯 명, 메뉴는 곰탕이었다. 4인용 식탁 2개씩 두 줄로 놓였다. 시장님이 ‘한 줄에 앉아 다 함께 먹자’라고 제안해 4인용 식탁 2개에 15명이 빠듯이 끼여 앉았다. 자리가 비좁아 모두 엇비슷한 자세로 책상다리를 풀고 한쪽 다리를 탁자 밑으로 뻗었다. 그렇게 하니 모두 앉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서로 옆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식사했기 때문이었다. 식사하면서 시장님이 '불편하지만, 이렇게 서로 부대끼며 먹어야 정(情)이 난다.'라고 말씀했다. 그날의 격의 없던 자리가 고스란히 각인되었다.
어제는 평소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저녁을 먹고 인근 커피숍에 갔다. 우연히 작은 탁자에 둘러앉은 가운데 커피가 놓였다. 불현듯 예전에 시장님과 밥 먹었던 그날 감회가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커피숍을 나오니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지만 훈훈한 사람 냄새에 꼬리를 감추었다. 서 있지만, 온돌방에 등허리 대고 누운 기분이었다. 아직도 먹는 데서 정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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