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을 밀어낸 메밀묵채밥

2023. 3. 6. 11:34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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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이 살을 뺀다고 해 직장 다닐 때 한 달 동안 메밀묵채 밥으로 점심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살이 빠지지 않았다. 하루 세끼를 모두 먹으면 모를까 한 끼로는 어림없었다. 이후 메밀묵을 먹을 일이 없어 특별히 찾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치통을 앓는 중이다. 집사람이 인근 욱수골 입구에 맛있는 굴국밥 집이 있다기에 갔다. 식당에 손님들이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메뉴판 글머리에 메밀묵채밥이 적혀 있었고 굴국밥은 계절 특미였다. 나는 메밀묵채 밥을 주문했다. 옛날에 좋아했던 생각이 났고, 굴국밥보다 씹는 부담이 적을 것 같았다.
 
메밀묵채밥이 나왔다. 밥은 따로 조금 담았고, 묵채는 큰 그릇에 많이 담겨 나왔다. 잘게 쓴 김치와 김, 깨소금을 고명으로 얹었다. 맑은 국물 위로 참기름이 돌고, 깨소금에서 나는지 참기름에서 나는지 고소한 냄새가 입맛을 당겼다. 국물부터 한 모금 맛을 보니 따뜻한 육수가 구수했다. 묵채를 숟가락으로 콕 누르니 톡톡 끊어졌다. 반으로 끊어야 떠넣기 좋다. 입에 넣으니 탱탱하다. 구수한 육수와 탄력 있는 묵채가 숟가락질을 서두르게 했다. 묵채를 반쯤 먹은 후 밥을 말았다. 고명 속에 알맞게 썬 물김치가 들어있어 함께 싸서 먹으니 별미였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말끔히 먹었다. 먹는 동안 치통을 잠시 잊었다. 알고 보니 식당은 소탈한 겉보기와 달리 메밀묵을 매일 가마솥에 직접 끓여 만드는 전문집이었다. (2023.3.5.)
 
 

울엄마 손 메밀묵 / 욱수길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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