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고비아의 애저 요리

2024. 1. 7. 08:59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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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전, 지인과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를 두 달간 여행했다. 한 달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나머지 한 달은 놀러 다녔다. 아는 사람 없는 타국이라 행색이 남루해도 마음이 자유로웠다. 재미있고 놀라운 일이 많았지만,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었다.

세고비아에 들어서니 고대 로마인이 남긴 웅장한 수도교*가 시야를 압도했다. 거대한 돌로 2단 아치를 쌓은 다리가 앙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수로인 키다리 돌다리가 이천 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지탱하고 있다니 경이로웠다.

수도교 위용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오후 세 시가 가까우니 배가 고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예약한 레스토랑(El Bernardino)으로 갔다. 좌석을 안내받아 미리 주문해 놓은 애저 요리(코치니요 아사도, Cochinillo Asado)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애저 요리는 구운 젖먹이 돼지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의 가장 전통적인 음식이다. 요리가 나왔다. 지배인이 직접 나와 칼 대신 접시를 이용해 고기를 잘라 주었다. 통째로 구워내어 바삭바삭한 구운 껍질의 질감과 육즙이 풍부했다. 한입 넣으니 그야말로 고소하고 바삭한 맛과 부드러운 육질이 그만이었다. 한 마리가 네 사람 먹을 양으로 적당했다. 식사비 100유로. 1인당 33,000원 정도였다.
또 가고 싶다.

* 수도교(水道橋, Acueducto Romano): 로마의 트라야누스 황제(AD 53~117) 시대에 물을 수송하려고 만든 수로. 길이 728m, 최고 높이 28m. 20,400여 개 화강암으로 167개의 2단 아치를 쌓았다. 순전히 누르는 힘만으로 지탱한다. 약 16km 떨어진 프리오(Frío) 강물을 세고비아로 끌어오려고 만들었다. 1884년까지 이용되었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지배인이 직접 잘라 서빙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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