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전문점돈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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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와인보다 소주
며칠 전 친구들과 점심 먹으며 와인을 한 병 마셨다. 와인잔이 멋스럽고 잔 부딪치는 소리도 맑았다. 빛깔도 화려해 마시는 기분마저 으쓱했다. 평소 소주에 익숙해 있다 보니 세 손가락으로 잔을 들고 마시는 와인이 나 자신까지 고아하게 했다. 와인의 이미지에 덤으로 내가 얹힌 셈이었다. 덕분에 폼을 잡았으니,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와인 한 병이 소주 10병 값이었다. 유년 시절 어머니가 포도주를 담갔다. 여름이면 한 말 정도 담가 마루 그늘 밑에 넣어두고 아버지가 한두 잔씩 떠 잡수시곤 했다. 포도를 씻고 말려서 껍질을 까놓을 때 알 먹는 재미로 일손을 보탰다. 포도주 색깔이 궁금해 자주 확인하면서 검붉게 변하는 술 색의 신비에 감탄하곤 했다. 그때는 우리 집뿐만 아니라 집마다 포도주를 많이 담갔다. 포..
2023.08.20 -
돈가스 전문점 '돈신'
포스트 코로나 이전에 얼굴이라도 보자며 몇 사람이 만났다. 돌아가면서 한 달에 한 번 밥을 산다. 차례가 오면 가보지 않은 밥집을 가려고 애쓴다. 비싸지 않고 깔끔한, 가능하면 소주를 곁들일 수 있는 그런 마땅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몇 해를 돌고 나니 이제는 맛집을 새로 개척할 때가 됐다. 오늘 점심은 유사(有司)가 인터넷에서 찾은 한 곳에 갔다. '돈까스 무한리필 돈신.' 짧게 해 '돈신'이었다. 식당이 깔끔하고 시원했다. 무한리필에는 관심 없지만, 돈가스 전문점답게 크고 작은 종류의 돈가스와 간단한 샐러드, 경 양식류의 먹거리가 뷔페식 차림이 돼 있었다. 특이한 점이 로봇이 빈 그릇을 받으러 다녔다. 뷔페 집 기능상 당연했건만,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을 보다가 반대로 빈 그릇을..
2023.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