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칼국수에서 모임하고

2024. 4. 16. 00:14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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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모임에 나가면 모처럼 만났다고 반가운 나머지 혀가 길어진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이는 혼자서 다 말하고, 가깝게 앉은 사람끼리 삼삼오오 대화해 소란스럽기만 하다.  어떤 때는 제 주장만 고집하다가 간혹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이야기가 주제에 집중하지 않고 자주 곁가지로 흐른다. 혈기가 왕성하다거나 모임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고쳐야 할 악습이다.

선후배들과의 모임은 두 달에 한 번씩 한다. 매달 만나다가 몇 년 전부터 격월로 변경했다. 회비는 식사와 명절 선물비로 사용하려고 매달 총장(총무의 높임말)에게 자동이체를 한다. 팔십 년대부터 만났지만 원만하게 운영된다. 서로 건강하고 가끔 얼굴 보고 말벗하자는 바람뿐이다. 온정적으로 모임이 또바기 유지되는 비결은 또래 모임과 달리 말할 때는 입을 닫고 귀를 연다. 팁을 보태면 선배든 후배든 화자의 말꼬리를 잡거나 자르지 않는다.

이번 달 모임은 <할매칼국수>의 뒷방에서 했다. 둘이 빠져 방 규모에 딱 맞는 인원이었다. 과거에는 고스톱을 치기도 했는데 유행이 지났는지 요즘은 하지 않는다. 모임이 시종 화기애애할 수 있도록 좌석을 비주류와 주류파로 나누어 앉는다. 구수한 만담과 아찔한 추억들이 맑은 참(소주)과 -비주류는 칠성사이다로- 잘 빗은 돼지고기, 파, 배추전을 만나니 만면에 가득히 미소가 여문다. 정(情)이란 조미료만 치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는 것이다.
자리를 파하고 식당을 나와 지하철 계단을 밟다가 휴대전화를 두고 온 것을 알았다. 돌아가 핸드폰을 찾아오니 먼저 간 줄 알았던 형들이 지하철 입구에서 기다리다 환하게 웃어주었다. (202.4.12.)

남구 명덕로38길 14 (대명동) / 어슷썰기로 빗은 돼지고기는 맛이 다르다.
배추전 맛이 명품이다.
파전 맛도 일품이다.
배가 불러도 칼국수는 맛으로 반 그릇은 꼭 먹는다.
아찔한 추억을 공유한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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