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8. 20:08ㆍ산티아고 순례길
2019.4.16.(화), 맑음.
23km(711.4km) / 6시간 20분
![](https://blog.kakaocdn.net/dn/xoZng/btsLNbaywgN/NqkNfvu1cQHXu6xYR9KQq1/tfile.jpg)
![](https://blog.kakaocdn.net/dn/dyLa2w/btsLNxdBb4W/e2Ik5aUO6fvaVzjVYRKl4K/tfile.jpg)
![](https://blog.kakaocdn.net/dn/bnKJJ2/btsLOLuUX2u/eGCIUgWKTcKcJ4I0BrsmhK/tfile.jpg)
아침을 빵과 우유로 먹고 정각 여덟 시에 알베르게를 나섰다. 어제는 비가 종일 내렸는데 오늘은 햇살이 눈부시다. 물기 밴 등산화도 신문지를 구겨 넣은 덕분인지 보송보송해졌다. 발걸음이 경쾌했다. 카미노 사인이 시작되는 골목 한가운데에서 뜻밖에 태극기를 보았다. 늘어나는 한국 순례자를 유치하려는 알베르게의 광고였다. 우리나라의 드높아진 위상을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골목이 끝나는 언덕에 알파벳으로 ‘SARRIA' 대형 글자가 세워져 있고, 살바도르 성당Iglesia del Salvador 뒤로는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높은 언덕에 위치한 막달레나 수도원Convento de la Magdalena이 우람한 자태를 드러냈다. 주변이 아름답고 전망이 뛰어났다. 눈으로만 보아야 했기에 매우 아쉬웠다. 4km 정도 더 걸었다. 철도 건널목이 나왔다. 그 후부터 바르바델로 마을까지는 초지로 이어졌다.
![](https://blog.kakaocdn.net/dn/caIuCe/btsLM9jxUrY/Z7ZPggGN2Hh8R8ZrMAUZB0/tfile.jpg)
경계가 무색하리만치 작은 마을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마을이 연달아 나오면 산티아고가 가까워졌다는 손명락 말이 문득 생각났다. 정말로 머지않았는지 순례자가 점점 늘어났다. 자국민도 많았지만, 여러 나라에서 온 순례자도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다가오는 일요일이 부활절이다.
![](https://blog.kakaocdn.net/dn/cwphRw/btsLOvTmEwy/3jKkkWQPhWqnlunXOraQHk/tfile.jpg)
카미노에 순례자가 불어났다. 말을 탄 사람, 소를 모는 농부, 자전거 하이킹 가족, 손을 맞잡은 연인들, 타이츠 복장의 멋쟁이 여성들…. 다들 표정이 환하고 생기가 넘쳤다. 평탄한 길, 멋진 풍광에 지루함 없이 100km 표석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봐 온 표지석과 달리 낙서하고 화살표 둘레에 파란색 칠로 강조해 놓았다. 누군가가 기쁨의 표출을 과도하게 남긴 건 아닌지. 우리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목적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100km밖에 남지 않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던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어느덧 700km를 찍었다.
![](https://blog.kakaocdn.net/dn/b8xMX1/btsLMmjC5BR/7tc31aJ2mrPanh6EAxEYCk/tfile.jpg)
![](https://blog.kakaocdn.net/dn/c0qW2r/btsLMWLE3Xb/ftf5fxKTeCt9uECYmAxpF0/tfile.jpg)
몬따스 마을의 상점 2층 테라스에 마귀할멈이 빗자루를 타고 있는 인형을 매달아 놓았다. 오래됐는지 낡고 색이 바랬다. 상점 앞에 조가비와 여러 기념품을 길게 벌여 놓고 순례객을 유혹했다. 이 가게는 기념품을 판매하지만, 한국인의 먹거리를 준비해 놓는 곳으로도 유명한 ‘뻬떼르 빤크Peter Pank’였다. 기념품을 둘러보는 순례자가 많았다. 안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 전자렌지 안에 있어요! 컵라면 먹고 가세요’라는 한글 안내문과 함께 辛라면, 한국 식품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다. 인상 좋은 사장은 우리가 한국인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환하게 웃으며 별방의 탁자로 안내했다. 벽에는 독도 사진과 ‘대한민국 독도’라는 글자가 새겨진 큼직한 스카프를 붙여 놓았다. 놀라웠다. 좀 있더니 ‘문경새재’ 등산용 스카프까지 가져와 자랑했다. 한국 사랑이 유별나 사위나 며느리가 한국인일지 싶을 정도였다. 장삿속이려니 하면서도 그의 정성에 답하려고 신라면(€2)과 CJ 햇반(€2.5), 종갓집 김치 캔(€3.5)을 주문해 먹으며 향수를 달랬다. 후식으로 하드(€2)까지 사 먹었다. 누군가 기념품을 몇 개 사니 깎아주는 센스까지 발휘하는 멋진 사장이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여정을 이어가야 했다.
![](https://blog.kakaocdn.net/dn/CNUEy/btsLMDrTgWH/AOkJd2jharxjj5VF2p8dvk/tfile.jpg)
![](https://blog.kakaocdn.net/dn/ckLXS8/btsLMVsvfVY/9IpFoJV3fY8BWzwmETFzn0/tfile.jpg)
이름 모를 작은 마을들과 독립가옥들을 지나 빌라차에 다다랐다. 뽀르또마린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이정표가 두 갈래로 갈라졌으나 불과 100m 차이였다. 걸음을 서둘렀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내리막을 통과했다. 푸른 물이 가득 찬 벨레사르Belesar 저수지가 나타났다. 아스팔트 포장 길을 걸어 베야교Bridge Vella를 건넜다. 뽀르또마린에 발을 디뎠다.
![](https://blog.kakaocdn.net/dn/bLAZ7e/btsLMqsUY28/G1WKnsstwq814YKdeKNpPk/tfile.jpg)
![](https://blog.kakaocdn.net/dn/82x7o/btsLOvshEfI/jziqo3IjYEuEKJHEkYxwH0/tfile.jpg)
하얀 집들이 몰려 있는 뽀르또마린은 1962년 미뇨Mino강 댐을 건설하면서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되자 지금의 높은 지대로 옮겨왔다. 금방 지은 듯한 새 건물의 호스텔을 발견했다. 시설이 깨끗해 마음에 들었다. 샤워하고 마을 탐방 겸 장보기를 한 후, 산 후안Iglesia San Juan 성당으로 갔다. 성당은 산티아고 기사단이 13세기에 지었다. 건물 꼭대기에 네 개의 탑과 총을 쏘기 위해 총안까지 만들어 놓아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느낌을 준다. 그곳에서 뜻밖에도 열흘 전에 엘 부르고 라네로에서 헤어진 ‘미스 타이완’을 만났다. 그녀는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또 작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섭섭했지만 손을 흔들었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마켓에서 산 음식으로 지하 주방에서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식사 후 손명락과 우성현은 미뇨 강변에 나가 하모니카를 불었다. 향수를 달래려는지 돌아가며 한 곡조씩 불다가 나중에는 합주했다. 하모니카는 추억을 불러내고,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녔다.
![](https://blog.kakaocdn.net/dn/bqBcvc/btsLMmKEpFO/BV9mQSgvmzKGgK6hbPz8D1/tfile.jpg)
![](https://blog.kakaocdn.net/dn/kSqP0/btsLN9ptQAt/kV3xsGuMHKnwkex7AiWaM1/tfile.jpg)
옆 침대의 스페인 청춘남녀가 소곤거리며 낄낄대는 통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대부분의 도미토리는 칸막이가 없다. 그런데 여기는 순례자 배려 차원에 얇은 가림판이 설치돼 있었다. 좋은 시설이 오히려 낭패가 됐다. 뒤척이는 밤이 돼버렸다.
![](https://blog.kakaocdn.net/dn/eppXxa/btsLOpyUbDK/gnE5kG9KpgNhFoiswhtq1k/tfile.jpg)
'산티아고 순례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 DAY | 빨라스 데 레이 > 아르수아 (0) | 2025.01.21 |
---|---|
28 DAY | 뽀르또마린 > 빨라스 데 레이 (0) | 2025.01.21 |
26 DAY | 뜨리아까스텔라 > 사리아 (0) | 2025.01.18 |
25 DAY | 오세브레이로 > 뜨리아까스텔라 (0) | 2025.01.17 |
24 DAY |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 > 오세브레이로 (0) | 2025.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