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진 주막촌을 다녀와서

2024. 10. 12. 07:26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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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점심도 먹고 바람을 쐴 겸 낙동강 사문진에 갔다. 그곳에는 주막촌, 유람선 나루터, 화원 동산 등이 있다. 모두 달성군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한다. 특히 주막촌에서는 탐방객에게 국밥, 잔치국수, 막걸리, 부추전 등 먹거리를 값싸게 제공한다. 맛도 상당해 인기가 높다. 우리는 말카* 국밥으로 점심 먹고, 화원 동산을 한 바퀴 산책하여 강변 데크 길을 내려왔다. 가을볕이 유난히 좋았다. 하늘이 푸르고 강바람도 선선하게 불었다. 관계자에게 화요일이 제일 혼잡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목요일인 오늘은 한산해 상쾌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사문진'은 화원 유원지였다. 강변에는 보드라운 모래가 지천으로 쌓여있었다. 여름이면 남녀노소 모래찜질이 성행했다. 지금은 흔적이 없다. 사문진 이름도 강가에 모래가 있어 사(沙)자를 쓰고 포구(津)를 통해 물류가 오가는 문(門)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모래사장 밖으로는 매운탕 집들이 늘어서서 손님을 맞았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사라져 잊혔지만, 달성 화원과 고령 다산을 잇는 방법은 나룻배뿐이었다. 나룻배는 목뒤에 큰 혹이 있는 뱃사공이 다뤘다. 나루터가 별도 없어 강물 사정에 따라 정박이 용이한 목을 찾아서 여기저기 옮겨가며 배를 부렸다. 그때만 해도 토목 기술이 낮아 다리를 놓다가 교각이 몇 번이나 강물에 쓸려 떠내려갔다. 겨우 1993년이 되어서야 가설했고, 물류와 교통이 늘어나 2009년 새 다리가 추가로 놓였다. 교량은 지역 개발을 촉진해 두 지역을 신세계로 만들었다.

오만 육천 평의 화원 동산은 (주)금복주의 창업주 김홍식 회장의 소유였으나 1993년 대구시에 기부채납했다. 울창한 숲과 낙동강을 완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동산이다. 일대의 경치를 감상하는 전망대와 안동댐 수몰 지역에서 옮겨온 옛집 '화원정', 작은 동물원, 월남 참전 기념탑, 삼국시대 지방 호족들의 고분 등이 눈길을 끈다. 무료입장 휴식처로 사시사철 시민들 발길이 이어진다. 최근에 풀장을 없애고 멋진 새 건물이 지어져 용도가 무엇일지 기대된다.

4대강 정비 사업 이후 만들어진 나루터에서는 유람선을 운행한다. -대인 8,000원, 주말 10,000원, 경로 적용 불가, 장애인, 국가유공자(유족), 달성군민은 50% 할인-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7회, 상류 쪽 강정고령보까지 갔다가 다시 하류 쪽 옥포 신당리를 왕복하는데, 사십여 분 소요한다. 보(洑)가 있어 연중 운행할 수 있다. 아직 승선해 보지 않았지만, 넘실대는 강물 위로 강바람 맞으며 바라보는 탁 트인 풍치가 일품일 듯하다.

한편, 나루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가 유입된 의미 깊은 곳이다. 1899년 미국 북장로교의 사이드보탐(Sidebotham) 선교사가 대구로 부임했다. 그는 아내 에피를 위해 미국에 있는 피아노를 대구로 가져왔다. 피아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낙동강을 따라 사문진 나루터에 1900.3.26. 도착했다. 20~30명 일꾼이 상여 매듯 메고 대구 중구 종로 자택까지 사흘 걸려 옮겼다. 이때 피아노를 처음 본 사람들이 통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귀신통'이라고 불렀다. 1900.11월 사이드보탐이 부산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피아노의 행방을 알 길 없게 됐다. 첨언하자면 한 해 뒤 1901년 사문진 나루터에 또 한 대의 피아노가 들어왔다. 제중원(동산의료원)을 설립한 우드브리지 존슨(Woodbridge O. Johnson) 의료 선교사의 피아노였다. 현재 대구 청라언덕 챔니스 주택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피아노로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손가락을 춤추게 하던 그것은 이제 역사가 됐다. (2024.10.10.)

* 말카: 전부(全部)의 경상도 방언

유람선 선착장.
강정고령보로 향하는 유람선.
옛 나루터를 상징한 피아노 이미지.
화원 동산 월남 참전 기념탑.
화원 동산에서 바라본 사문진교.
데크 길은 달성습지까지 이어진다.(구라리 쪽)
데크 길에서 바라본 나루터와 사문진교.
청라 언덕의 챔니스 주택. 대구시 유형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1999년 동산의료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의료박물관으로 개원했다. (사진 촬영: 202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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