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9. 08:21ㆍ입맛
대구은행역 1번 출구 앞은 친구들 나들이 집합 장소다. 대로의 U턴과 샛길의 P턴을 적절히 이용하면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사람들을 차에 태울 수 있는 곳이다. 가로수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복요리집이 있는 줄 몰랐는데, 간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점심 먹으러 갔다. 복어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는 독이 살짝 든 진짜 고급 요리는 구경조차 못 해봤지만, 시원한 매운탕과 맑은 지리는 먹을 만큼 먹어봤다. 월급쟁이를 오래 한 덕분이다.
점심때의 <수성 복국>은 손님이 꽉 들어찼다. 운수 좋게 자리를 얻었다. 뒷사람부터는 대기해야 했다. 복어껍질 무침과 맑은 탕(지리)을 주문했다. 껍질 무침이 먼저 나왔다. 양도 넉넉했다. 보통은 껍질이 작고 둥글게 말렸는데, 국숫발처럼 가늘고 길었다. 맛이 비슷했으나 식감은 조금 달랐다. 맑은 탕도 곧 나왔다. 냄비로 함께 먹는 것이 아닌 개인별 뚝배기로 나왔다. 콩나물을 건져 비벼 먹도록 양념 대접도 따라 나왔다. 손님 많으니 음식 쳐내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콩나물에다 복어껍질 무침까지 넣어 밥을 비볐다. 씹는 맛이 더했다. 시원한 국물이 좋아, 맛보기로 조금만 비볐다. 두 가지 모두 입맛을 돋우었다. 5일 동안 친구와 혼자, 집사람 합쳐서 세 번 다녀왔다. 두 명 이상 주문하는 세트 메뉴는 껍질과 튀김까지 나왔으나 양이 많아 남겼다. 뒤편 삼성주차장에 1시간 무료 주차할 수 있다.
요즘은 아니지만, 한때는 복요리를 먹다가 사망한 뉴스가 더러 나왔었다. 죽어도 좋다며 먹는 복어는 독이 내장, 간, 난소에 들어 있어 치사율이 높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복어는 복숭아꽃이 떨어지기 전에 먹어야 하고, 음력 3월이 지나면 먹고 죽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알면서도 먹는다'라고 했다. 그래서인가, 미식가들은 독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일품요리로 대접한다. 복어는 저열량, 고단백질 식품으로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성분이 많아 수술 전후 회복이나 당뇨병, 신장 질환에 좋고 알코올 해독에 탁월하다고 한다. 예전에는 탁주 양조장의 술독에 낀 찌꺼기를 제거할 때 반드시 복어 씻은 물로 청소해야 깨끗해졌다. 선배 애주가들이 복요리 좋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2024.9.24, 9.27,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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