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6. 10:26ㆍ일상다반사
1.
어제 운전하다가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었다. 코로나 전에 우리나라에서 이혼을 가장 많이 하는 달이 오월과 시월이다. 코로나 기간에는 열두 달이 비슷한 수준이었다가, 해제되자 또다시 오월과 시월이 됐다는 거다. 원인은 명절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명절이 맞다고 증명까지 된 셈이다. 오월은 설날 스트레스가 어버이날을 넘기지 않으려는 것이고, 시월은 추석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MZ세대에게는 시댁 방문이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내일이 秋夕이다. 명절 스트레스는 이미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이다. 킹받지* 말고 잘 보내자. 명절, 이거 별거 아니다. 지금은 우주 왕복 시대다. 가족들이 전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형편대로 잘 먹고 잘 지내면 되는 거다.
* 킹받다 : 열(熱)받다 의미의 신조어. 어떤 일에 화가 나거나 흥분 해 몸이 달아오름.
2.
그저께 밤, 버스를 타려는데 친구가 자꾸 티셔츠 등 끝을 당겼다. "딱 한 잔만 더 하고." 가라기에 입가심하려고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생맥줏집 앞, 허공을 가로지르는 현수막. 무엇인지 글자를 읽어봤다.
'아름다운 거리로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밑에는 정치인 이름을 짜다리 적어놨다. 골목의 상인회에서 내걸었다. 구청에서 골목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블록으로 예쁘게 시공해 준 데 인사치레였다. 기왕에 할 거 '주민 여러분' 다섯 글자를 앞에 넣었더라면 더 빛날 터라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다. 업소 출입 손님도 동네 사람이 많고, 세금으로 공사비도 내는데…. 추석에 저것 보고 설마 킹받을 주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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