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텃밭

2024. 9. 23. 07:43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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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이 년 전 주말농장 스무 평을 임대해 고랑을 세 개 만들어 작물을 재배한다. 상추와 배추, 오이, 고추, 가지, 깻잎 등 얼마나 열심히 하고 예쁘게 가꾸는지 주말농장 안에서 칭양이 자자하다. 동네 주민들도 오가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거기다 땀 흘려 수확한 채소를 아낌없이 나누는 선행까지 베푼다.

지인의 텃밭 옆 텃밭은 이상한 텃밭이었다.
고랑을 파지 않은 몇 평 안 되는 맨땅에 고추, 들깨, 상추, 부추, 배추, 파, 토마토, 토란, 연, 돼지감자, 호박, 수세미, 팥, 목화, 고구마, 벼 몇 포기까지 없는 것 없이, 두서없이 심어 놓았다. 심지어 선인장, 칡, 소나무까지 꽂았다. 구색 갖추는 것인지 그냥 식물을 키우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마치 얽히고설켜 도깨비 덤불 같다. 뱀이라도 나올까 섬뜩하다. 벼에는 빨간 망사까지 덮어씌웠다. 새가 쪼아먹을까 우려했나 보다. 코미디 같다.

같은 주말농장 안에 지인처럼 먹을거리를 잘 가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늬만 텃밭인 덤불도 있어 묘했다. 가꾸는 사람에 따라 천양지차였다. 문득 삶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철없이 허송세월한 학창 시절이 소환됐다. 돌아보니 그때는 아름다운 텃밭인 줄 모른 채 잘 가꾸지 못했다. 늘그막이 돼 눈에 띄는 것으로 견문이 쌓인다. 새출발 할 힘도 없는데…. (202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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