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우럭지리탕을 먹으며

2024. 8. 29. 08:31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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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존경하는 ○회장님과 김 선생님 셋이 수성못 <창해 물회>에서 저녁을 먹었다. 물회와 탕 중에서 무엇을 먹을지 의논하다가 생우럭지리탕을 선택했다. 나는 더운 날씨이므로 시원한 물회가 좋을 것 같았는데, 회장님이 이열치열을 강조해 뜨거운 탕을 주문한 것이다. 음식이 나왔을 때, 뚝배기 한가득 부글부글 끓는 탕이 넘칠까 조심스러웠지만, 메뉴 선정이 탁월했다.

탁월한 이유는 다름 아니다. 먼저 주문하고부터였다. 협의할 사항이 있었는데, 탕은 조리하는 시간이 길어 음식이 테이블에 나오기 전에 설명을 마칠 수 있었다. 비교적 빨리 나오는 물회를 시켰더라면 서류에 고추장이 묻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뜨거움이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가동하였지만, 뜨거운 음식은 주의해야 하기에 천천히 먹어야만 했다. 천천히 먹으니 자연스레 대화 시간이 길어져 소위 커뮤니케이션이 즐거웠다. 세 번째는 맛이다. 음식점은 맛이 1번이다. 한마디로 담백하고, 구수하고 시원했다. 거기다 하얀 살점을 발라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맛은 임펙트했다. 맛을 보완하는 감칠맛이라고나 할까. 국물이 아무리 좋아도 음식 본연의 맛이 혀끝에 느껴져야 맛이 살아나는 거다. 순간의 메뉴 선택이 대어를 낚은 셈이었다.

식당을 나와 길 건너 수성못을 한 바퀴 돌았다. 선선한 기온으로 산책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멀리 서쪽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 아래로 노을마저 저물고, 못 둑의 어스름한 경치는 고상하고 우아했다. 천천히 걷는 내내 버스킹 음악 소리는 밤 분위기를 한층 화려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기분이 참 좋았다.
맛에는 음식 본래의 맛인 감각의 맛과 함께 먹는 사람과 느끼는 정서의 맛, 두 가지가 있다. 감각과 정서가 만나 딱 맞는 것을 비단 위에 꽃을 더하는 금상첨화라고 한다. 오늘 저녁이 그랬다. (2024.8.28.)

대구 수성구 무학로 107 (두산동)
생우럭지리탕(20,000원)
서녁
수성못과 둑의 황톳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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