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30. 08:18ㆍ입맛
경주 사는 친구가 회덮밥 맛집이 있다고 연락해 왔다. "경주역으로 일찍 오라"고 한다. 솔깃해 동대구역에서 KTX를 탔다. 마중 나온 친구 차를 타고, 아침 먹은 지 얼마 되지 않는데 또 밥을 먹으러 갔다. 입소문 난 <용산회식당>은 역에서 12km 거리로, 자동차로 10분 정도 소요됐다. 주변 공터에 차를 세웠지만, 이미 아홉 대가 이리저리 주차돼 있었다.
10:20, 도로변의 오래된 듯한 식당에 들어갔다. 좁은 홀이 약간 어두웠고 벽면 한가득 낙서로 채워졌다. 구식으로 보였지만, 예사롭지 않은 포스도 느끼게 했다. 아침 식사 하러 왔는지 벌써 손님이 들어차 하나 남은 빈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종업원이 초장과 곁들이를 놓아 준다. 묽은 초장에 작은 국자가 담겨있어 보기에 색달랐다. 곁눈질하니 홀에는 4인용 탁자가 네 개, 문 없는 내실은 세 개로 모두 일곱 개다. 손님이 다 차면 28명이겠다.
곧 공깃밥과 숭늉, 홍합 탕국, 물가자미회가 가득 담긴 대접이 나왔다. 양이 꽤 많았다. 회 밑에 잘게 썬 상치와 무채가 깔렸다. 물처럼 묽은 초장을 국자로 떴다. 회와 야채를 골고루 버무렸다. 잘 비벼지고, 깔끔한 맛이 났다. 밥까지 뒤섞었다. 고슬고슬한 맛은 아니었지만, 상치 대신 나온 케일로 쌈을 싸니 씹히는 맛이 나고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맛이 좋고 종업원도 친절했다. 숭늉까지 마시고 나오니 10:40. 밥 먹는 데 20분 걸렸다. 손님이 나가고 들어오는 분위기에 신경이 쓰인 탓이다. 밖에 나오니 평일인데 열 명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 말로는 보통 "점심시간 되면 재료가 떨어져 영업 종친다"라고 했다. 아무리 그러기로서니 재료량을 늘이지, 점심 먹으러 온 손님을 못 받는다니 믿기지 않는다. 속 계산으로 150~200그릇을 정해 놓았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맛 선호도는 사람마다 다르니 반드시 어떻다고 특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특별한 고급 집도 아닌데 딱 회덮밥 한 가지 메뉴로 성업을 이루니 무슨 능력일까. 복도 많다. (20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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