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홍은식당의 흰 눈 소갈비찜

2024. 8. 31. 08:11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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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온 김에 여기저기 쏘다녔다. 하룻밤 자고 친구와 점심 먹으러 <홍은식당>에 갔다. 그때 그 사람처럼 홍은은 그 자리에 있었다. 실내가 깔끔해졌다고 인사말을 전하니, 여사장님이 지난 코로나 기간에 대수선했다고 말했다. 출입구는 그대로였으나 내실을 주방으로 텄고 집기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장식용 골동품과 미술품도 정리해 단아해졌다.

홍은의 대표 메뉴인 흰 눈(백설) 소갈비를 주문했다. 대나무 찜기에 엷게 썬 고구마를 깔고 갈비를 차곡차곡 쌓은 후 그 위에 찹쌀가루를 안쳐 백설기처럼 쪄낸 찜이다. 호기심으로 실내 장식된 골동품을 살펴보는데 음식이 나왔다. 조리한 찜기의 뚜껑을 열자, 백설처럼 하얀 가루 위에 밤호박 두 쪽으로 노란 동그라미를 그렸다. 원 안에 은행알이 보석 같이, 대추가 루비처럼 박혔다. 신선한 비주얼에 감탄이 새어 나왔다. 눈맛에 사로잡혔다. 친구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사진을 찍으며 서로 쳐다보고 겸연쩍어 웃었다. 눈처럼 하얀 찹쌀가루를 뒤적여 갈비부터 골라 간장 소스에 찍어 맛보았다. 쫄깃하고 담백했다. 국물이 자작한 일반적인 갈비찜과는 차이가 났다. 담긴 양이 두 사람 먹기에 알맞았다. 백설기처럼 달라붙는 찹쌀가루를 알뜰하게 긁어먹고 고구마까지도 남기지 않으니, 식사량이 넘쳐 말미에 나오는 공깃밥과 시래기국을 사절했다.

식사는 눈과 냄새로 입맛을 자극해 만족감을 얻는다. 백설 소갈비찜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비주얼로 기분이 좋았다. 음식을 씻은 듯 비웠다. 경주 와서, 백설 갈비찜이 불쑥 떠오른 것은 오래전 먹은 입맛이 머릿속에서는 완전히 소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새김질하는 반추 기능이 숨어 있는 모양이다. 신기하다. (2024.8.30.)

경북 경주시 대안길 54 (동천동) 홍은식당.
흰눈(백설) 소갈비찜 중 짜(4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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